수술 거부로 임신부 유산…피해사례 속출
80대 심정지 환자, 7곳서 수용 거부…사망
"구급환자, 최소한의 응급조치 이행해야"
"진료거부-사망, 인과관계 찾기 어려워"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로 인한 의료공백으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반복되는 응급실 수용거부) 를 돌던 80대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 가운데, 유족이 해당 병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지를 놓고 법조계의 의견이 엇갈린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환자에 대한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이 가능하다는 의견과 진료거부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교차하고 있다.
◆"임부 유산에 심전지 환자 사망까지"…피해사례 '속출'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 수사1계는 의료법 위반 및 업무방해,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 혐의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 등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에 대해 수사 중이다.
김 위원장 등을 고발한 보건복지부는 의협이 전공의들의 이탈을 주문하거나 지시 또는 지지해 병원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업무방해 및 교사·방조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전공의들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불이행하도록 해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도 있다고 봤다.
복지부는 형사고발 외에도 '피해신고·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국민 피해사례를 모집하고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27일 기준 26건의 피해신고서가 접수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거부당한 임신부가 유산했다는 내용이다. 이외에도 80대 심정지 환자가 전문의·의료진 부재, 중환자 진료 불가 등의 사유로 병원 7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받고 결국 사망 판정을 받은 사례도 있다.
◆"응급조치 없다면 손해배상" vs "인과관계 입증 어려워"
법조계에서는 전공의 집단사직 피해자들이 병원 등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를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했다면 불법행위가 인정돼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은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지만, 구급환자에 대한 최소한의 응급조치를 이행해야 한다는 의료법을 어긴 과실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93년 한 운전자가 5톤 트럭에 치여 두개골이 함몰·골절돼 서울의 한 대형병원을 찾았으나 '수술할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내원을 거부당한 이후 응급실을 못 찾아 결국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법원은 엑스레이 촬영과 구급환자 처치표 부착 등 구급환자에 대한 응급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술 의료진이 없다'고 말한 이 병원 인턴에게 의료법 위반 혐의 유죄를 선고했다.
신현호 의료전문 변호사(법률사무소 해울)는 "응급환자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병원장 등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최소한 환자의 인적사항이나 왜 치료를 못하는지 기록을 남겼어야 하기 때문에 입구에서 못 들어오게 막은 것에 대해 책임 물은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망을 포함한 중대사고와 진료거부 사이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이호영 변호사(법무법인 지음)는 "환자 사망의 원인과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지 않은 것 사이에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며 "응급실에 의사가 없어서 받을 수 없었다는 것은 기존 응급실 절차상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기존의 법리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