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당직·입원환자 관리·수술보조 등 맡아
교수, 외래진료에 전공의 일 더해져 탈진 직전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19일째를 맞이하면서 의료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메우던 전임의에 이어 교수들도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료현장을 지켜온 교수들마저 줄면 간신히 버텨오던 의료체계에 비상등이 켜지게 된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들을 상대로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속도를 내면서 의대교수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이날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긴급총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증원, 전공의 제재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아산·울산대·강릉아산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울산의대 교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교수 254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총회를 열고 전체 교원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사직서 제출 일정과 방안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부산대 의대 교수회도 긴급 회의를 열고 전공의들이 행정처분을 받거나 의대생들이 집단 유급 등 피해를 입으면 전원 사직하기로 뜻을 모았다.
원광대 의대 학장 등 교수 5명은 지난 5일 대학본부의 의대 증원 신청에 반발해 보직을 내려놓았다. 경상국립대·가톨릭대 등에서도 의대 학장 등이 보직에서 사퇴했다.
교수들의 이런 움직임은 의대 증원이나 전공의 제재 등에 대한 반발, 3주 가까이 전공의 대신 병원을 지켜오면서 누적된 극심한 피로감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그렇다면 교수들은 전공의나 전임의와 어떻게 다를까.
교수는 전문의 자격을 가진 의사로 중환자 수술 등을 집도한다. 최근 전공의 부재로 평소보던 외래 진료는 물론 야간당직, 상처 치료, 소변줄 제거 등 전공의들이 하던 업무까지 도맡아 하면서 번아웃(탈진) 직전이다. 의대를 졸업한 후 전공의, 전임의, 조교수, 부교수 등을 거쳐 교수가 되는데, 개인별로 다르긴 하지만 대개 10~15년이 걸린다. 진료를 보고 학생도 가르치면서 관심 있는 연구도 하는 것이 쉽지 않아 대개 전공의 수료 후 전문의 자격증을 따면 개원을 하거나 봉직의(월급을 받는 의사)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전공의는 의사면허를 딴 후 전문의 수련 과정이 있는 대학병원 등에서 수련을 하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의미한다. 인턴은 1년, 레지던트는 3~4년 과정이다. 인턴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1년 동안 병원에 있는 모든 진료과를 돌면서 다양한 임상 경험을 하게 된다. 수련의라고도 한다. 주로 소독, 채혈, 수술 준비, 환자명단 관리 등을 맡는다.
전공의는 인턴 과정을 마치면 인턴 성적, 전공의 선발시험 성적, 의사국가고시 성적 등을 고려해 각 과에 지원해 레지던트로 수련하게 된다. 레지던트는 주로 입원환자 관리, 차트 작성, 수술 보조를 한다. 연차가 쌓이면 외래진료는 물론 작은 수술은 직접 집도하기도 한다.
서울의 주요 대형병원, 이른바 '빅5' 병원은 전체 의사 중 전공의가 약 40%를 차지한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대거 병원을 떠난 후 정부가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전공의를 대신해온 전임의도 줄면서 의료공백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전임의는 보통 매년 2월 말에서 3월 초 병원과 계약을 체결하는데 재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전임의 과정을 밟아야 할 레지던트 4년차가 임용을 포기하는 경우들도 생겨났다.
전임의는 전공의 수료 후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뒤 병원에 남아 1~2년간 세부전공을 수련하는 의사다. 의대교수가 되기 위해 필수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전임의는 외래 진료는 물론 환자 입원·전원 등을 결정하고, 입원 환자도 관리한다. 교수들의 진료와 검사 보조는 물론 수술을 돕기도 한다. 교수 대신 수술을 집도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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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