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현실화' 전면 폐지…"잘한다" vs "선거용"

尹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민생 악화"
보유세 부담↓… 매물 줄어들 가능성
정치성향 따라 '찬성' '반대' 갈리기도
"법 개정 필요한 사안, 현실성 떨어져"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전면 폐지를 선언한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서 잘못된 정책은 없애는 게 당연하다는 목소리와 4·10 총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한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19일) 문재인 정부 정책인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국민 재산세 부담을 가중시켰다며 전면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국민 부동산 보유 부담을 높여 집값을 잡기 위해 오는 2035년까지 현재 시세의 90%까지 공시가격을 높인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보유세는 물론,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각종 행정제도와 연계돼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 계획대로 2035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렸다면 재산세 부담은 시세 변화와 관계없이 추가로 61%가 증가하게 되고, 2억원의 집을 보유하고 있다면 지역건강보험료는 3배까지 오르게 돼 있다"고 했다.

이어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국민의 거주비 부담을 급등시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민생을 악화시켜 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시지가 현실화 폐지가 실현되면 주택 소유자들의 보유세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날 서울 고가 아파트 단지 인근에 위치한 부동산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들은 세금 부담으로 내놓던 매물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고가 아파트를 주로 취급하는 공인중개사는 "여기 아파트에는 큰 평수가 많아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공시지가 현실화 계획이 폐지된다고 하니 세 부담으로 집을 팔려던 사람들이 유예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 도곡동의 고가 주상복합 아파트 근처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또 다른 공인중개사도 "공시지가가 낮아지면 보유 부담이 줄어드니까 가지고 있는 물건을 매물로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공시지가 현실화 폐지로 세금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에 관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찬성'과 '반대' 의견이 분분하게 나오고 있다.


한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건 잘한다. 문재인이 이상한 짓을 해놨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해야 한다. 세금이 말도 안 된다' '맞다. 공시지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 '여당의 지지율은 이런 걸로 끌어 올리는 거다' 등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의 글이 올라왔다.

반면 한 진보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 하나도 안 하다가 선거철에만 일하는 척. 그마저도 관권선거' '세금 깎아주겠다는 거짓말. 선거용이다' '총선 바로 앞이니 하루가 멀다하고 또 지키지도 않을 공략을 남발한다' 등 부정적인 글이 다수였다.

아울러 '부자감세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네' '총선에서 강남 3구와 분당구라도 잡겠다는 의지인가' 등 일부 시민에게 공시지가 현실화 폐지로 인한 혜택이 몰릴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는 한 시민단체가 "선거 20여일을 앞두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산정의 기반이 되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를 발표한 것은 도를 넘는 매표행위"라며 폐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국회가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을 꺼내 든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한 후에야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 가능 여부를 판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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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