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전체 공중보건의의 16.8% 상급종합병원 파견으로 공백
담양 반토막, 화순 구례 등도 공백 커…비상 순회진료로 메꿔
전남도 취약지 당직 의료법 개선 건의, 시니어·비대면도 활용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공공의료 공백이 심각한 가운데 전남 지역 공중보건의 수 십명이 추가 차출돼 농어촌 의료시스템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보건 당국은 순회진료와 휴가제한 조치, 비대면 진료 등에 나서고 있으나, 중증환자나 응급환자 불편과 진료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는 보건복지부 방침에 따라 지난 11일 23명의 공중보건의를 파견한 데 이어 전날 22명을 추가 파견했다. 앞서 지난 4일엔 공중보건의 1명이 긴급응급의료상황실에 배치됐다.
2주일새 44명, 한 달도 안돼 45명의 공중보건의가 지역을 떠나 수도권, 대도시 등지로 차출된 셈이다. 광주·전남권 상급종합병원으로 차출된 인원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1·2차 파견 인원은 전남지역 전체 공중보건의 267명의 16.8%에 이르는 수치로, 전례없는 일이다. 차출 인원만 놓고 보면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다. 파견 기간은 다음달 21일까지 한 달 간이다.
시·군별로는 담양과 화순, 고흥이 5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해남 4명, 나주·구례·보성·강진·완도 각 3명, 순천·장흥·함평·신안 각 2명, 영암·무안·영광 각 1명씩이다.
담양의 경우 배치된 공중보건의의 50%(10명 중 5명), 화순은 42%(12명 중 5명), 구례는 37.5%(8명 중 3명)가 자리를 비우게 돼 잔류 의사들의 진료 부담과 피로도는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공보의 감소로 순회진료중인 보건지소와 공보의 파견으로 순회진료중인 보건지소는 각각 44곳과 35곳으로 전체 보건지소(217곳)의 5∼6곳당 한 곳 꼴로 비상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전공의에 이어 의과대학 교수들까지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의료공백 우려는 더욱 커지고 고령인구가 많은 농어촌 주민들은 대면 진료는 물론 약 처방을 받는 것 조차 버거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음달 초 복무가 만료되는 공중보건의가 62개 기관에 63명에 달하고 신규 배치는 4월 중순에나 이뤄진 것으로 보여 또 다른 의료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남도는 진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섬이나 오지, 벽지 등 의료취약지에서는 공보의 차출을 하지 않고 공석이 된 보건기관은 긴급 순회진료에 나서도록 했다.
또 지난 7일부터 의과 공중보건의에 대해 '휴가 제한'을 지시하고, 시니어 의사 활용을 위한 국비 지원도 요청했다.
아울러 취약지 의료서비스 확충을 위해 제한된 범위 안에서 응급의료기관 당직근무가 가능하도록 의료법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보건기관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전남도 문권옥 건강증진과장은 "공중보건의 파견과 복무만료로 진료 불편이 예상되는 만큼 도민들께서는 보건기관을 방문할 경우 진료가능 여부를 꼭 확인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인근 의료기관을 이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공중보건의 파견은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제6조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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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무안 / 김중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