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상징 '파란색' 점퍼 입고 부울경 후보 지원사격
'조용한 응원'이라지만…정부·여당에 각세우며 쓴소리
"칠십 평생 이렇게 못하는 정부 처음 봐", "저질 정치"
긍정적 평가에 '개인적 차원', 일각 정치적 부담 반응도
문재인 전 대통령이 4·10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지원군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당의 열세 지역이자 주요 격전지가 몰린 낙동강 벨트를 중심으로 최근 2주 동안 민주당 후보 7명을 지원사격했다.
국민통합 차원에서 선거와 거리를 뒀던 전직 대통령들의 불문율을 깼다는 여권의 비난과 함께 민주당 내에서도 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바라보는 의견이 분분하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부산 금정구 범어사를 깜짝 방문해 이 지역에 출마한 박인영 후보를 격려했다.
전날에는 울산을 찾아 김태섭(중구)·오상택(중구)·전은수(남갑)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고, 1일에는 자신의 옛 지역구이기도 한 부산 사상구 낙동강 벚꽃길 방문해 배재정 후보를 지원했다.
공식 선거운동 전인 지난달 24일과 27일에는 이재영(양산갑), 변광용(거제) 후보를 각각 만나 미사에 참여하거나 등산을 하는 등 함께 시간을 보냈다. 특별한 연고가 있는 지역이나 후보를 찾아 조용히 응원을 보내고 있다는 게 방문 취지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방문하는 곳마다 정권 심판을 강조했다. 그는 전날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우리 정치가 너무 황폐해졌다"며 "막말과 독한 말이 난무하는 저질의 정치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이틀 전에는 "칠십 평상 살면서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다"고 현 정부를 겨냥했다.
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새로운미래 등 야당들이 함께 좋은 성적을 거둬서 이 정부가 정신을 차리도록 해줘야 한다"며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하는 너무나 중요한 선거"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민주당이 이번 총선 프레임으로 내건 정권심판론을 통해 접전지가 많은 부울경에서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자신과 각별한 사이인 친문계 인사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표적 친문계로 꼽히는 김태년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얼마나 답답하고 화가 났으면 나오셨겠냐"며 "윤석열 정부에 대해 화가 난 것이고 대한민국이 이렇게 가면 안 된다는 마음을 표시한 거다. 어마어마한 비약"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강민석 선대위 대변인은 "낙향 후 소박한 삶을 꿈꿨던 전직 대통령을 투사로 만든 것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출신인 이상헌 무소속 의원도 "나름대로 잘 하고 계신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인사들은 문 전 대통령이 개인적 차원에서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영대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인연이 있었던 분들을 중심으로 다니고 더 나아가 (영남권은) 본인이 인연인 지역"이라며 "정치적 등판으로 해석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또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영남 지역에 대한 뿌리 깊은 애정과 미안함이 발로로 보인다"며 "영남에서 민주당 후보가 한 명이라도 더 당선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혼자 나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남은 민주당이 어려운 지역이고 계파 갈등에 휘말릴 일이 없으니 부담이 없을 것이다. 다른 지역이면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부산 지역에 출마한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정치적 해석이나 향후 계파 문제 등으로 언급되는 것이 우려돼 평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 격려 방문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은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퇴임 후 계획에 대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지만 지난해 5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에서 "5년간 이룬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졌다"며 입장에 변화가 있음을 시사했다.
여권은 문 전 대통령의 행보를 '선거 개입'으로 규정하며 연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세종 지역 유세에서 "(문 전 대통령) 기억력이 나쁜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하는 최악의 정부는 문재인 정부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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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 한지실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