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주워 살며 어린이날 간식꾸러미 600개 전달한 80대

낮에는 배달일·새벽엔 폐지 주워다 팔아 마련
과일·빵 등 꾸러미 600개…어린이집 11곳 기부

 "아이들이 먹는 것이니 좋은 놈으로 주쇼."

광주 동구 충장동 80대 A씨는 어린이날 연휴를 앞두고 지난 2일 지역 어린이집 11곳에 간식꾸러미 600개를 전달했다.



A씨는 "아이들이 밝게 웃을 수 있는, 미소 짓는 아름다운 세상을 바란다"며 지난해부터 간식을 기부해왔다고 한다.

그는 광주의 한 시장에서 배달 일을 하면서 아침과 저녁이면 폐지와 고물을 주워다 팔아 생활할 정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자신이 일하는 시장 한 과일가게에서 바나나 등 과일을 사고, 인근 제과점과 마트에서 빵과 과자를 하나하나 직접 골랐다.

꾸러미에 넣을 간식을 고르고 준비하는 데만 2주가 걸렸다. 얼마나 고심하고 신경을 썼는지 꾸러미 포장을 할 때는 몸살이 나기도 했다.

A씨는 지난해보다 기부 양이 많아지자 평소 자신에게 도움을 주던 마을 통장들에게 포장과 배달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충장동 통장들은 간식을 나눠 포장하고 배달하는 일에 손을 보탰다. 간식을 포장할 때도 A씨가 '아이들 줘야 한다'고 으름장을 놔 통장들은 과자 하나 몰래 빼먹지도 못했다고.

A씨가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아이들을 위해 과자꾸러미를 나눈다고 하자 과일가게 사장은 품질 좋은 과일을 덤까지 얹어 저렴하게 내놨고, 빵집 사장도 여기에 동참했다. 일부 통장은 사비를 들여 포장지를 구매하는 등 모두가 십시일반 나눔에 동참했다.

이양섭 충장동 통장단 회장은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익명으로 기부를 하셨다"며 "간식을 준비할 때 얼마나 꼼꼼하게 살피는지 아이들을 위한 마음에 깊은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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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강진 / 채희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