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저출생대응기획부' 설치 발표
합계출산율 0.7명도 위태…생산인구도 감소세
총괄 사회부총리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 거론
"조율 권한은 다행…미래 대응 '기획' 강화 필요"
윤석열 정부가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인구 정책을 기획하는 부총리급 '컨트롤타워' 부처를 신설하겠다는 구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저출생 문제는 시간을 두고 진행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국가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다"며 "과거 경제성장을 강력히 추진해 온 경제기획원 같은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설치해 공격적으로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려고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올해는 0.7명 붕괴 가능성마저 나오는 등 저출생 기조가 심각해지고 있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 속도는 가팔라지면서 국가 생산성 감소 위기까지 거론되자 이를 대응하는 전담 부서를 만들어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1년 전보다 1만9200명(7.7%) 쪼그라들었다. 연간 출생아 수는 2017년(35만7800명) 40만명 아래로 무너진 데 이어 2020년(28만2300명) 30만명대 아래로 내려와 매년 역대 최저치를 찍고 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 역시 지난해 0.72명으로 주저앉았다. 심지어 지난해 4분기에는 0.65명으로 사상 처음 0.6명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저출생 기조가 지속되면서 생산가능인구(15~64세)도 빠르게 줄고 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657만명인 생산가능인구는 2024년 2717만명까지 감소한다. 일할 수 있는 인구 1000만명이 사라지는 셈이다.
반면 65세 이상은 2050년 1891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하게 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국가 생산성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아 저성장 국면을 앞당길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오랫동안 저출생 대응 정책을 펼쳐왔지만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인구 대응 정책 등은 복지부가 주무 부처로 있지만, 최근 연금개혁, 의료개혁 등 굵직한 사건들이 맞물리면서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저출생 대책을 만들고 관련 부처를 총괄하고 있지만, 인력 운영권이나 예산권이 없어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다.
이에 정부는 '저출생대응기획부'를 만들어 여러 부처로 흩어진 저출생 및 인구 대책을 총괄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또 부처 수장을 사회부총리로 임명해 무게를 실어 줄 계획이다. 사회부총리로는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저출생대응기획부에서는 단순 복지 정책뿐 아니라 교육, 노동 등 사회 전반적인 의제들을 다룰 전망이다. 다만 부처 신설은 정부조직법 개정 사안인 만큼 구체적인 기능 등은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부모들이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게 하고 자녀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부담을 줄이는 등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며 "복지, 보건의료, 고용, 교육 등 전부 총괄해 실효성 있는 정책들로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처 신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기획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부처 신설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사회부총리급으로 올리면서 다른 부처들 조율이 가능해졌다"며 "저출생으로 우려되는 미래를 분야별로 모든 부처가 어떻게 대응할지 조율할 수 있는 '기획'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출생에만 집중하면 복지부에서 하는 업무를 새 부처가 하는 것 수준 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영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 연구위원은 "저출생 대책이 너무 많은 부처에 걸쳐 있다 보니 조율 등에 한계가 계속 지적돼 왔다"며 "조직이 조율하는 권한과 기능을 갖춘다는 차원에서는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처에 어떤 식으로 권한을 줄 건지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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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