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검찰 인사에 "검찰총장과 다 협의했다"
장관·총장 갈등 표면화…임박한 후속 인사 '불씨'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이원석 검찰총장의 검찰 인사 지연 요청을 거부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이 총장과의 협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요청을 다 받아야 하나"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향후 불편한 동거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장관은 전날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둘러싼 이른바 '총장 패싱' 논란에 관해 "검찰총장과 협의를 다 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인사) 시기를 언제로 해달라는 부분이 있었다고 하면 그 내용을 다 받아들여야만 인사를 할 수 있나. 그렇지 않지 않느냐"며 힘을 주어 말했다.
박 장관의 발언은 이 총장이 이번 인사를 두고 7초간 침묵한 것에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 총장은 지난 14일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사를 사전에 조율했느냐'는 질문에 "어제 단행된 인사는"이라고 운을 뗐다가 잠시 침묵한 후 "이에 대해선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답해 불만을 드러냈다.
박 장관과 이 총장은 인사 발표를 앞둔 지난 주말께 만나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장은 박 장관에게 인사를 미뤄달라는 의사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반영되지 않으면서 '총장 패싱' 논란이 일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13일 대검 검사급(고검장·검사장) 검사 39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를 지휘하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을 포함해 서울중앙지검 1~4차장, 이 총장의 참모인 대검 부장 6명이 교체됐다.
송 지검장과 서울중앙지검 1~4차장은 모두 검사장급으로 승진 이동했으나 일각에서는 '좌천성 승진'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총장이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후 11일,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취임한 지 6일 만에 전격적으로 인사가 이뤄지면서 대통령실이 이 총장을 불신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일각에서는 현재 구도를 두고 추미애 법무장관 시절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당시 추 장관은 김 여사의 특수관계인인 윤석열 총장의 도이치모터스 수사 지휘권을 박탈하고,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추진했다.
결국 윤 총장은 추 장관의 공세에 버티다 검경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검찰총장직을 내려놨다. 이에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긴장 관계가 다시 부각되면서 이 총장이 사퇴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다만 이 총장은 사퇴설에 대해 "저는 검찰총장으로서, 공직자로서 저에게 주어진 소임과 직분을 다할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불협화음이 표출된 가운데 검찰 중간 간부 인사가 변수가 될 수 있다. 특히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 1·4차장검사 주목을 받고 있다.
법무부는 전날 부부장급 이상 검사들을 상대로 인사 희망지 취합에 나섰다. 검사장급 인사에 이은 후속 인사가 임박한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이번 인사는 시점과 규모를 봤을 때 김 여사 관련 수사를 빼놓고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고위 간부 인사에 대한 견해는 장관과 총장이 다를 수 있지만, 후속 인사 마저 총장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으면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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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