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의대증원 학칙 개정 진통…휴학 고민도 커져

이날 의대증원 학칙 개정 대학 32곳 중 21곳서 종료
막판 진통…경상국립·경북·전북대 부결, 제주대 보류
정부 압박 속 재의결 요구할 듯…전북대 재심의 진행
나머지 대학들 이달 내 종료 유력…30일 입시안 발표
대학들, 연세대 의대 '휴학 승인' 주장에 말 아끼지만
일부 총장 "교육부 '불허' 눈치보는 것…승인 고민 중"

2000명 늘어난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받은 대학 32곳 중 21곳이 학칙 개정 절차를 마쳤다. 교수사회 반대에 부결된 대학도 일부 나왔지만 교육부는 결국 개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복귀를 거부하는 의대생들에 대해서는 총장들 중에도 '자포자기식' 휴학 승인 불가피론이 나오는 형국이다.



23일 오후까지 의대 입학 정원을 증원 받은 대학 32곳 중 21곳이 학칙을 개정해 이를 반영하는 절차를 모두 마쳤거나 공포했다.

◆'학칙 개정안 첫 부결' 부산대 등 속속 개정 마무리

교육부와 각 대학 설명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학칙 개정 절차를 마친 곳은 건양대·계명대·고신대·단국대·대구가톨릭대·동국대 와이즈·동아대·영남대·울산대·원광대·을지대·인제대·전남대·조선대·한림대 등 15곳이다.

그리고 이날까지 대학 6곳이 추가로 학칙 개정 절차를 마쳐 공포 등 단계만 남겨 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대는 이날 오전 절차상 마지막 심의기구인 대학평의원회에서 학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앞서 7일 전국 첫 학칙 부결 사태를 빚었던 부산대는 신임 최재원 총장 취임 이후 지난 21일 교무회의를 열고 재의결에 부친 학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같은 날 강원대도 대학평의원회에 보류됐던 개정안을 상정해 의결하고 절차를 마쳤다.

지난 20일 차의과대도 법인 이사회에서 의학전문대학원 학칙 개정안을 의결시키고 2025학년도 모집인원을 논의해 확정했다.

아주대와 인하대는 개정된 학칙을 공포만 하면 된다.

정부는 의대 입학정원이 보건의료인력 양성을 위해 국가에서 관리하는 대상이며 배분된 입학정원을 대학들이 학칙에 반영하는 절차는 의무라고 강조해 왔다. 거부하면 시정명령과 모집정지 등 조치도 시사해 왔다.


◆경북대·경상국립대 부결…제주대 보류 등 진통 계속

그럼에도 막판 진통이 없진 않다. 이번 주 안에 교무회의(학무회의)와 교수회(교수평의회)·대학평의회 심의 등을 잡았던 대학들 중 부결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경북대는 대학 본부가 재심의를 요구한 학칙 개정안을 교수회가 이날 회의를 갖고 표결했으나 또 부결됐다. 표결 결과는 찬성 11표, 반대 26표, 기권 1표였다.

이날 제주대 교수평의회도 학칙 개정안을 재심의했으나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를 해야 한다"며 보류했다. 재심의를 위한 교수평의회는 오는 29일 열린다.

경상국립대도 지난 21일 학칙 개정안이 학무회의 심의를 통과했으나 전날 교수대의원회 등에서 부결됐다.

교수들로 구성된 교수대의원회와 잇따라 열린 교직원·학생 등으로 구성된 대학평의원회 모두에서 과반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늦더라도 개정될 것이란 정부…전북대 재심의 요청

그러나 교육부는 의대 입학정원 학칙 개정 절차는 늦더라도 개정만 되면 증원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최종 결정권자는 총장인 만큼 결국은 학칙 개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낙관하는 중이다. 일부 대학들은 부결 즉시 재의결을 요구해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이날 긴급 학무회의를 열어 전날 학칙 개정안을 부결시킨 교수회에 재심의를 요청했다. 재심의를 위한 교수회 회의는 오는 24일 열린다.

남은 대학 중 다수도 속도를 내 이달 중 늘어난 의대 입학정원을 학칙에 담을 것으로 관측된다.

충남대는 이날 교무회의 성격인 학무회의를 갖고 학칙 개정안을 의결했고 오는 30일 대학평의원회만 남았다.


◆내일 대교협 심의…막바지 접어든 '2025 의대 증원'

사립대로서 학교법인 이사회만 남은 곳은 건국대 글로컬(23일)과 가톨릭관동대(24일)로 이들은 교수사회 개입 여지가 적어 무난히 개정될 전망이다.

사립인 가천대는 다음 주 초중순 법인 이사회를 열고 의대 증원 관련 학칙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성균관대는 다음 주에 교무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를 연다.

교육부는 오는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학입학전형위원회 심사가 끝나면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증원 절차는 사실상 종료된다고 보고 있다.

대학들이 정한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총 4567명이다. 전년 대비 1509명이 늘어난다. 정부가 늘어난 정원을 50~100% 범위에서 조정하도록 허용한 결과 당초 증원 규모(2000명)와 견줘 491명을 줄인 것이다.

나아가 의정합의에 따른 조정 등의 변수가 없다면 2026학년도 입시부터 대학들은 학칙에 근거해 늘어난 의대 입학정원 전체(2000명)를 모두 선발하게 된다.

◆연세대 의대 "휴학 승인"…다른 대학도 '눈치보기'

이처럼 의대 증원 절차가 마무리에 접어들면서 대학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세 달 넘게 수업에 복귀하지 않고 있는 의대생들에 대한 처분 시기가 왔다고 말한다.

지난 20일 이은직 연세대 의대 학장은 교수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전체교수회의에서는 올바른 의학교육을 견지하기 위해 어느 시점에서는 휴학을 승인할 수 밖에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 학장은 지난달 19일 서신에서도 휴학 승인을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학 관계자들은 대체로 말을 아꼈다. 지난 2월20일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계 제출이 시작된 이후 교육부는 줄곧 동맹휴학은 사유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총장들은 교육부의 '불허' 방침에 눈치를 보고 있을 뿐 이대로는 의대생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휴학 승인이 불가피하다고 털어놨다.

한 대학 총장은 "의대 학장이 '자기가 (결정) 못하겠다'고 토스(전달) 해 왔다"며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휴학 계속 막으면 소송 어쩌나"…의대생 요지부동

소송 우려로 휴학 거부도 한계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다른 국립대 총장은 "(연세대 의대 학장의 말은) 모든 대학이 다 같은 생각일 것"이라며 "학생 개인의 선택인데 소송을 가면 아마 못 이길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이번 주에 (의대) 예과 1학년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신입생들 모두 F(낙제)"라며 "교육부는 총장들 보고 설득하라는 건데 의대생들은 안 돌아올 거고 휴학(승인)을 안 해줄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여튼 열심히 학생들을 설득해서 몇 명이라도 돌아올 수 있게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휴학 승인 문제는 고민 중"이라며 "동맹휴학에 대해서는 불허 입장이니 눈치를 보고 있다"고 했다.

정부와 의대생들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21일 대화를 제의했으나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측은 증원 백지화를 비롯한 대정부 요구안을 수용하라며 선을 그었다.

대교협은 의대별 모집인원과 수·정시 비율 및 지역인재 선발전형 비중 등이 담긴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취합해 오는 30일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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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