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대거 빠진 종합병원 응급실…"이젠 동네병원 수준"

서울 종합병원 응급의료센터 수용 역량 줄어
"마취과 등 전문의 대거 사직해 당직 빼는 중"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 장기화로 전문의 이탈이 잇따르면서 서울의 주요 종합병원 응급의료센터의 환자 수용 역량이 크게 줄고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 한 종합병원 응급의학과 A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마취과, 응급의학과, 소화기내과(간파트) 전문의들이 대거 사직하고 나자 다들 당직을 빼고 있다"면서 "응급실에서 수용할 수 있는 환자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초응급, 초중증을 살리던 응급의료센터가 동네 작은 병원 수준이 돼가고 있다"고 썼다.

지난 2월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석 달 넘게 빈 자리를 메워오던 교수(전문의)들의 추가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교수들은 중증·응급 환자 진료에 집중하기 위해 외래 진료와 수술을 대폭 조정했지만 절대적인 인력 부족에 따른 물리적·체력적 한계를 호소해왔다.

대학병원들은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절대적인 인력 부족으로 입원·수술 환자 등을 대폭 줄이면서 응급실 진료 여력도 줄어든 상태다. 이런 가운데 배후 진료과 전문의들이 대거 빠지면 응급실의 환자 수용 역량은 더 줄었다. 응급실은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1차적인 검사나 응급 처치에 이어 배후 진료과에 의한 수술·입원 등 최종 치료가 불가능하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

A 교수는 "일부 몇몇 배후 진료과 교수들이 당직을 빼기 시작했다"면서 "어떤 과는 노인(퇴직이 가까운 전문의)들 뿐이라며 처음부터 빠진 과도 있다. "이건 안돼, 저건 돼"하고 있다. 응급실은 왜 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썼다.

마취통증의학과는 수술 과정에서 꼭 필요한데, 전공의들이 대거 빠지면서 전문의들이 기존에 참아온 힘든 수술실 마취와 의료 소송을 피해 대학병원을 떠나고 있다.

응급의학과의 경우 전문의 200~300명 가량이 3~5월 계약 종료 등으로 병원을 옮기거나 응급의학과를 떠난 데다 전공의들이 대거 떠나면서 신규 응급의학과 전문의 100명 가량이 배출되지 않아 업무량이 늘어난 것이 전문의 사직의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소화기내과는 중증도가 높은 간 환자 등 입원 환자들이 많은 데다 기존에 전공의들이 하던 항암 주사 바늘을 꽂고 빼고 복수를 빼고 콧줄(비위관)을 삽입하는 등 갖가지 업무를 해야 해 전문의들의 피로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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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