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지 귀속 모르고 토지 매매…法 "원래 땅주인에게 보상"

토지 매매 전 국유지 귀속…뒤늦게 파악
손실보상금은 매매 이후 땅 주인에 지급
1심 "국유지 거래는 무효…보상금 지급"
"국유지 귀속 당시 소유자 확인 가능했다"

국유지 편입 사실을 모른 채 타인에게 땅을 매도했다면, 원래 땅주인에게 국유지 귀속에 따른 손실보상금을 줘야 한다는 1심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양상윤)는 지난 4월12일 A씨가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낸 손실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서울시가 A씨에게 약 83억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 1964년 서울시 영등포구에 있는 논 4132㎡(약 1250평)과 340㎡(103평)을 사들였다. 그는 각각의 토지를 1975년과 1983년께 다른 사람들에게 매도했다. 해당 토지들은 분할, 합병, 지목변경, 면적환산, 행정구역 변경 등을 거쳐 현재는 서울 강서구 일부의 논과 국유지 일부가 됐다.

A씨는 해당 토지가 원래 본인 소유였다가 1971년 구 하천법에 따라 국가에 귀속됐기 때문에 국가가 이에 따른 손실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타인에게 매도하기 전 이미 국유지가 되었기 때문에 본인이 보상금을 받아야 한단 취지다.

반면 서울시 측은 A씨가 토지를 타인에게 매도했기 때문에 손실보상청구권도 함께 양도되었다며 땅을 산 사람들 외 A씨에게까지 손실보상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은 신의성실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하천편입으로 인한 손실보상금은 하천편입 당시 토지의 적법한 소유자인 A씨에게 귀속된다며 그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토지는 1971년 하천법이 시행된 당시 하천구역에 편입됨으로써 국유로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1975년과 1983년, 타인에게 땅을 매도하기 전 이미 국유지가 됐다는 걸 인정한다는 의미다.

이어 "국유로 된 토지는 사인 사이 거래의 객체가 될 수 없다"며 "원고(A씨)가 타인에게 토지를 매도했더라도 그와 같은 매매는 원시적인 불능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으로서 무효다"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매매계약 당사자들이 (거래하려는 토지가) 이미 국유화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거나 피고에게 토지에 관한 손실보상청구권을 양도한다는 취지의 통지를 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피고는 토지가 하천구역으로 편입될 당시 소유자가 누구였는지를 등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손실보상금 지급 당시 토지 소유자로 등재되어 있던 (원고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손실보상금을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정평가에 따르면 이 사건 각 토지의 평가액이 합계 83억4700여만원인 사실이 인정된다"며 "감정인의 의견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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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