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 카드 주운 학생들, 주인 찾기 위해 '300원' 긁었다

경찰, 제주중앙여고 1학년 정영채·조서원양 감사장
'결제 문자 보고 찾길' 사탕 구입 후 동전 함께 맡겨
카드 주인, 은행 측 조언에 편의점서 되찾아

길에서 신용카드를 주운 여고생들이 기지를 발휘해 단돈 '300원'으로 주인에게 카드를 돌려준 사연이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학생들에게 감사장을 전했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잃어버린 카드를 신속히 주인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움을 준 선행 시민 제주중앙여고 1학년 정영채·조서원 양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학생들은 지난 19일 밤 제주시 한 길거리에서 신용카드 1장을 주웠는데, 주인에게 돌려주고자 재치있는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이날 밤 9시21분께 인근 편의점을 찾아 300원짜리 막대사탕을 해당 카드로 결제했다.

이어 편의점 직원에게 '길에서 주운 카드' 임을 설명하고 주인이 찾아오면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동전 300원도 함께 맡겨 사탕 값도 잊지 않았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시 카드 주인에게 결제내역 문자메시지가 가는 점을 이용해 알려준 것이다.

카드 주인 A씨는 결제 당시 전송된 문자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했고 이튿날이 돼서야 뒤늦게 카드가 사라진 것을 알았다. 이후 농협은형 제주도청지점으로 전화해 분실 신고를 진행했다.

농협은행 측은 A씨에게 마지막 결제 장소인 편의점에 가보라고 조언했다.

해당 편의점을 방문한 A씨는 편의점 직원으로부터 정 양과 조 양이 자신의 카드를 주워 맡겨준 것을 들었다. A씨는 학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언론 등에 이야기했다.

제주서부경찰서에서 수소문 끝에 두 학생을 찾아 감사장을 전했다.

이들 학생들은 감사장 수여식에서 "우리의 작은 행동이 뉴스에까지 나오고 이렇게 큰 이슈가 될지는 몰랐다"며 "요즘 좋은 얘깃거리가 얼마나 없었으면 이런 일이 화제가 될까 놀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작은 일에 하나씩 감사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제주서부서는 A씨에게 편의점에 가볼 것을 조언해 준 강경희 농협은행 제주도청지점 부지점장에게도 감사장을 수여했다.

강 부지점장은 "자칫 묻힐 뻔한 사건일 수도 있는데 언론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어 마음이 편안했다"며 "뜻밖에 저까지 감사장을 받게 돼 두 학생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오임관 제주서부경찰서장은 "카드를 주웠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당황했을 것 같은데 침착하게 행동해 준 두 학생의 용기와 선한 마음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관내에 훈훈한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소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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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