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 34개 혐의가 모두 유죄로 평결됐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범죄자로 선언되는 전직 대통령이 될 위기에 처했다. 오는 11월 대선에도 오점을 안고 임하게 됐다.

30일(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형사법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비용 부정 지출 혐의 사건 배심원단은 34개 혐의를 전부 유죄 평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무죄 방면을 신청했지만, 후안 머천 판사는 기각했다.

평결이 낭독되는 동안 무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 배심원이 평결을 확인할 땐 고개를 돌려 배심원단을 바라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나온 뒤 취재진에 "수치"라며 "조작된 재판"이라고 강한 불만을 표했다. 또 "우린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 난 매우 결백하다"며 "진짜 판결은 11월 (선거에서) 국민에 의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맨해튼지방검사와 바이든 행정부가 이 사건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린 계속 싸울 것이고, 끝까지 싸울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옥에 떨어졌다"면서 "더 이상 같은 나라가 아니며, 분열된 혼란을 겪고 있다. 우린 헌법을 위해 싸우겠다"며 불복할 뜻을 드러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미 항소 전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미국 역사상 부끄러운 날"이라며 "이번 재판은 법적인 게 아닌 순전한 정치적 행사"라고 비난했다.

대선 상대 후보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캠프는 엑스(X, 옛 트위터)에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며 "트럼프는 항상 사익을 위해 법을 어겨도 처벌을 받지 않을 거라는 그릇된 믿음을 가졌었다"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를 집무실에서 쫓아낼 방법은 투표함뿐"이라며 "유죄 판결을 받았든 아니든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언 샘스 백악관 법률고문실 대변인은 "우린 법치를 존중하며 추가 논평은 없다"고만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유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의 모회사 트럼프미디어앤드테크놀로지 주가는 유죄 평결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9% 하락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 성추문이 폭로되는 걸 막으려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 달러(1억 7900만원)를 입막음 비용으로 지불한 뒤, 이를 감추기 위해 회계 장부에 법인 비용으로 허위 기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해 3월 미국 역사상 첫 전직 대통령 기소에 나섰고, 법원은 지난달 15일 배심원단 선정 절차를 시작으로 6주간 심리를 진행했다. 심리 과정에선 코언과 대니얼스를 포함해 20여명이 증인으로 섰다.

배심원단 12인은 전날 유무죄 평결을 위한 심의에 돌입했다. 당초 사안의 특수성 등으로 평결까지 며칠에서 몇 주까지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이틀 만에 만장일치 평결을 내렸다.

선고는 7월11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11시) 내려질 예정이다. 대선 후보 공식 지명을 위한 공화당 전당대회는 같은 달 15일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