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건설에 14년, SMR은 연구중…부지 선정부터 난항 예고

2038년까지 필요 신규설비 중 절반 원전 채워야
정책 불신에 낮은 주민수용성…부지 찾기 하세월

2038년까지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반도체 클러스터 등 신규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2035년 소형모듈원전(SMR) 1기, 2037년 대형원전 3기를 새로 운영해야한다는 전문가 제언이다. 원전에 대한 주민수용성이나 기술력을 고려했을 때 계획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 난항이 예상된다.



2일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총괄위원회가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르면 2038년까지 필요 발전설비 용량은 10.6GW(기가와트)다.

우선 2035~2036년에는 2.2GW의 신규설비가 필요한데 그중 0.7GW를 SMR 1기를 상용화 차원에서 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2037~2038년 필요한 4.4GW에 대해선 대형원전 3기를 새롭게 건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2038년까지 필요한 신규 발전설비(10.6GW) 중 원전으로만 절반 가까운 4.9GW를 채우려는 것이다.

원전 건설이 필수적으로 전제돼야 하는 상황이지만, 주민 수용성을 고려하면 계획대로 신규 원전이 지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원전 건설에는 13년 11개월이 걸린다. 구체적으로 부지 확보에 2년, 건설준비에 3년 6개월, 부지정지에 1년, 굴착부터 준공까지 7년 7개월이 소요된다. 2037년부터 대형원전을 가동하기 위한 시간을 역산하면 올해부터는 신규 원전 건설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원전당국은 원전 건설에 14년 정도가 필요하다고 보았지만, 실제로는 차이가 있다. 최근 건설 중인 새울 3·4호기는 부지매입부터 준공까지 각각 24년·25년, 신한울 3·4호기는 각각 30년·31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건설 과정이 일시 멈췄던 것을 감안해도 14년은 낙관적이란 분석이 많다.


가장 문제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국민들의 원전 정책 불신이 커졌다는 점이다.

앞서 전원개발사업예정구역으로 지정됐던 경북 영덕의 천지 1·2호기, 강원 삼척의 대진 1·2호기 부지 구역은 문재인 정부 당시 지정 철회되며 사실상 백지화된 바 있다. 해당 지역과의 갈등이 커져 재추진은 더욱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영덕군은 천지 원전 재추진에 대해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및 특별지원 가산금 회수로 인해 영덕군민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상황이므로 먼저 정부에서 영덕군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원전특별지원금 409억원을 회수하기 위해 영덕군과 소송전까지 벌이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천지 원전 철회로 영덕군은 총 14조2804억원의 경제적 불이익과 함께 6만6328명의 고용 감소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삼척시 역시 대진 1·2호의 원전해제구역을 '삼척에너지 관광복합단지 조성사업'으로 조성하고 있어 원전 추진이 불가능하다. 해당 부지는 지난 1982년 원전건설 예정후보지로 지정된 뒤 1998년 고시 해제, 이후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또 다시 원전 후보지로 지정됐다가 해제 된 바 있다.


더욱이 대형원전 3기가 동시에 들어갈 방대한 부지 역시 찾기 쉽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한수원 새울본부에 신규 원전을 짓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한수원 인재개발원과 한국전력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가 있는 자리에 새울원전을 신규로 건설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부지가 이미 한수원 소유인데다가 고리원전, 새울원전이 밀집해 있어 주민수용성도 큰 난관이 아니란 것이다.

다만 새울본부의 해당 부지 면적을 따져보면 대형원전 2~3기가 들어서기엔 협소하다는 일부 관측도 있다.

한편 대형원전 2기+1기로 따로 짓는다고 해도 신규 원전 부지를 2곳이나 새로 발굴하기엔 어려움이 크다.

주민 수용성만 해소하면 원전 건설 자체는 크게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 건설 과정에서 공기를 앞당기는 등 짓는 시간은 단축할 여지가 있어서다.


아직 개발 단계인 SMR이 계획대로 2035년 가동될 수 있을 지도 장담할 수 없다. 표준설계인허가도 받지 않은 원전 노형이 전기본에 담긴 것도 사상 초유의 일이라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전당국은 한수원이 개발 중인 i-SMR을 기준으로 170㎿(메가와트)짜리 4개의 모듈을 붙인 SMR 1기를 2035년부터 상용화할 계획이다.

현재 한수원은 i-SMR을 개발 중인데 오는 2028년까지 개발을 완료해 표준설계인허가를 받고 2031년이면 건설 허가를 취득해 2034년부터 모듈을 순차적으로 운영하려고 한다.

다만 개발 중인 노형이 수급계획에 들어간 선례도 없을 뿐더러, 개발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여러 인허가 절차를 고려하면 가동이 계획대로 될 수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산업부는 원안위의 인허가 등을 감안해도 2035년이면 4기를 모두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총괄위원회 관계자는 "이미 표준설계인허가 받도록 설정돼있고 지금 개발하는 건 SMR이라 기술적 난이도가 그다지 높다고 보지 않는다"며 "충분히 구현 가능하다고 보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0.7GW 정도라 전력수급계획에 주는 영향은 적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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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