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추락 아내 살해 사건'…피의자는 졸음운전 했을까

재판부, 해당 재심 사건 현장 검증
졸음운전·고의추락 사이 입장 팽팽

지난 2003년 전남 진도군 의신면 송정저수지에서 발생한 '저수지 추락 아내 살해' 형사사건의 전말을 밝히기 위한 법원의 현장 검증이 20여년 만에 다시 열렸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는 3일 오후 살인 혐의로 형이 확정돼 복역 중 숨진 무기수 고(故) 장모(66)씨의 재심과 관련한 현장 검증을 벌였다.



장씨는 2003년 진도군 의신면 교차로에서 화물차를 당시 명금저수지(현 송정저수지)로 고의 추락하도록 해 조수석에 탄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현장 검증은 장씨의 법률대리인 박준영 변호사가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열리게 됐다.

박 변호사는 지난 4월 17일 열린 재심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 공소사실처럼 운전자가 왼쪽으로 운전대를 고의로 꺾지 않아도 차량이 추락했을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도로 구조 상 차량이 그대로 직진해도 저수지 추락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현장 검증을 통해 사고 직전 구간에서 차량 운전대를 조작했을 경우 차량의 방향이 얼마나 틀어지는지 확인했다. 검증 구간은 장씨가 아내를 태우고 출발한 약수터부터 졸음운전이 시작된 구간을 지나 사고 지점까지 향하는 약 5㎞다. 검증에는 사고 당시 장씨와 아내가 타고 있던 화물차와 유사한 제원의 화물차가 쓰였다.

박 변호사가 자신의 주장을 바탕으로 1회, 검찰 측이 운전대를 놓거나 잡는 식으로 각 1회씩 2회, 재판부가 시범 운행 3회 등 총 6회 운전했다. 현장 검증에 앞서서는 당시 저수지에 빠져있던 차량을 인양한 박은준씨가 차량 발견 지점을 설명하고 특정했다.


현장 검증을 마친 검찰 측은 기존 주장을 이어가며 장씨의 고의 추락설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담당 검사는 "주행 구간은 높낮이가 심하고 좌우굽이 10여 개로 험난한 주행로다. 피고인의 귀가 방향 주변으로 익숙한 길일텐데 귀갓길이 아니라 정반대인 저수지로 향했다는 것은 졸음운전이 아닌 고의 추락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 변호사는 "졸음운전 양상은 다양할 수 밖에 없다. 고인이 차선의 중앙에 가깝게 또는 흰색 실선에 가깝게 주행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검찰 측의 주장대로 운전대를 왼쪽으로 틀었더라면 저수지로 향하는 과정에서 20m를 더 향하게 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5일 오후 2시를 이어지는 기일로 정하고 현장 검증 분석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앞서 사건 발생 당시 수사에 나섰던 경찰은 장씨의 계획 살인 증거를 찾지 못해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그러나 검찰은 장씨가 가입한 다수의 보험상품 등을 근거로, 보험금 수령 목적으로 고의 사고로 아내를 숨지게 했다고 판단,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사건 발생 2년 뒤인 대법원에서 장씨는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했다. 2009년과 2010년, 2013년 재심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지난 2017년 충남지역 현직 경찰관이 재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장씨 측은 2021년 법원에 네 번째 재심을 청구했고, 이듬해 9월 법원이 수사 위법성을 인정하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이후에도 1년 넘게 검찰의 항고와 재항고가 이어졌고 올 1월 대법원에서 검찰의 재항고가 기각되면서 재심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중순 재심 첫 재판이 예정돼 있었지만 장씨는 군산교도소에서 해남교도소 이감 직후인 4월 2일 백혈병 판정을 받고 항암 치료 도중 숨졌다. 사망 당일은 형 집행정지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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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무안 / 김중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