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조원대 담합' 가구업체 8곳 벌금…前한샘 회장은 무죄

9년간 신축 아파트 빌트인 담합 혐의
한샘·에넥스 등 대부분 업체 혐의 인정
최양하 前 한샘 회장 무죄 선고받아

2조3000억원대 빌트인 가구 담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구업체와 업체 대표들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최양하 전 한샘 회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4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샘·한샘넥서스·넵스·에넥스·넥시스·우아미·선앤엘인테리어·리버스 등 8개 가구업체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한샘·에넥스는 벌금 2억원, 한샘넥서스·넵스·넥시스·우아미는 벌금 1억5000만원, 선앤엘인테리어·리버스는 벌금 1억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전·현직 임직원 11명은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혹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최 전 회장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담합은 입찰 공정성을 침해하고 시장경제 발전을 저해해 결국 국민 경제에 피해를 끼치는 중대 범죄"라며 "장기간 진행되더라도 당국이나 수사기관에서 발견조차 하기 어렵고 얼핏 봐서는 관련자가 많은데 건설사 외에는 피해자가 없는 것처럼 보여서 위험성을 간과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 가구업체들은 건설사에 대해 열위한 지위에서 생존을 위해 입찰한 거로 보인다"며 "건설사들이 입은 피해가 그다지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최 전 회장에 대해서는 "묵인했는지 아닌지 의심 가는 다수 정황이 있지만 부하직원들이 전부 피고인이 담합을 알고 있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며 "일부 직원들은 피고인 성격상 입찰 담합을 알았다면 영업을 중단하거나 관련 직원을 가만두지 않았을 거라고 진술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피고인이 결재한 일부 문서에 담합을 암시하는 단어와 문구가 있지만 비대면 전자결재 형태로 일부 내용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일괄 결재한 흔적이 보여서 이것만으로는 유죄 인정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이들 업체는 2014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약 9년간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전국 아파트 신축 현장 783곳의 빌트인 가구(특판 가구) 물량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 담합 규모는 총 2조326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건설사의 현장 설명회 전후로 모여 낙찰 순번을 정하고, 가격과 견적서를 공유해 '들러리 입찰'을 세우는 방식으로 낙찰 예정사가 최저가 낙찰을 받도록 경쟁을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 고발 없이 검찰이 자진신고 감면제도(리니언시)를 통해 직접 수사에 착수한 첫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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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