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환자 수면제 먹이고 침대에 손 묶은 간병인, 항소심도 '집유'

가려움 호소하며 잠을 안자는 환자에게 졸피뎀 건넨 혐의
긁는 것 막기 위해 양손을 침대 난간에 묶기도

병원에 입원한 70대 노인이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사 처방 없이 마약류 성분이 포함된 수면제를 먹이고 양손을 침대에 묶은 간병인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7부(부장판사 신헌기)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향정), 노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60대)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의 형을 유지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와 2년간 노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7월9일 오후 9시 부산의 한 병원에서 간병을 맡은 B씨가 아토피로 인해 가려움증을 호소하며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B씨에게 졸피뎀 성분이 든 수면제를 먹인 혐의를 받고 있다.

B씨에게 먹인 약은 A씨가 수면장애 등을 이유로 처방받은 것으로, 마약류 성분이 들어 있어 의사의 처방 없이는 투약할 수 없다.

A씨는 또 같은날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B씨가 가려움증으로 몸을 긁는 것을 제지하기 위해 의사 지시 없이 신체 보호대를 이용해 B씨의 양손을 침대 난간에 강제로 묶은 혐의도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간병인으로서 노인 환자인 피해자를 누구보다 세심하게 보살필 의무가 있음에도 며칠간 피해자를 신체적·정신적으로 학대했고,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향정신성의약품을 임의로 건네주는 등 책임이 무겁다"면서 "다만 A씨에게 B씨를 학대하려는 의도까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은 피해자가 아토피로 인한 가려움증으로 몸을 긁는 행위를 막기 위해 이 사건 범행에 이르는 등 학대의 목적보다는 환자인 피해자의 증상 완화를 위한 목적이 더 강했던 것으로 보여 일부 참작할 여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이같은 원심의 양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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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