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고위급 이란서 '조우'…유의미한 대화 없었다

韓, 러·이란 참여 국제회의서 '북러 조약' 규탄…러 외무 '무반응'
ACD 계기 이란 외교장관대행 면담…"北 무모행위 멈추게 해야"

한국과 러시아 고위급 관료가 24일(현지시각) 이란에서 열린 아시아협력대화(ACD)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짧은 만남을 가졌다.



북한과 러시아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조약(북러 조약)'을 체결해 한반도 안보 위협이 가중된 후 첫 한러 양국의 고위급 접촉이었지만 유의미한 대화는 없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ACD 외교장관 회의에서 정병원 차관보와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과 잠깐 조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외교 관례상 구체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점은 양해를 구한다"면서 말을 아꼈다.

ACD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와 동북아 3국(한중일)이 중동과 아시아 권역 전체의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목적의 범아시아 지역 협력체다. 2000년 9월 태국의 탁신 총리의 제안으로 2002년 6월 출범했다.

이번 ACD 외교장관 회의에는 의장국인 이란의 알리 바게리-카니 외교장관 대행이 주재하고 루덴코 차관을 비롯한 34개국 각국 대표들이 참석했는데, 각국 대표 발언 이후 별도로 만남을 갖기엔 수월하지 않은 환경인 것으로 알려져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 차관보는 우리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ACD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북러 조약을 강력 규탄하고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강조했지만, 루덴코 차관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북러 조약으로 상호 군사·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 엄중한 입장을 전달한 바 있고, 정 차관보가 이런 정부 입장을 회의에서도 발표했지만 러시아 측 수석대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귀뜸했다.

정 차관보는 회의에서 최근 북한의 지속적 도발에 따른 엄중한 한반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러북 간 조약 체결 등 북한의 군사적 능력을 증강하는 어떠한 직·간접적 행위도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ACD 회원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국제 안보와 평화에 위해가 되는 모든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정 차관보는 또 ACD 외교장관 회의 참석을 계기로 바게리-카니 이란 외교장관 대행과 이날 오후 양자 면담을 갖고 양국 현안 및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정 차관보는 먼저 지난달 불의의 사고로 서거한 이란 대통령과 외교장관에 대해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어 북러 조약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북한이 무모한 행위를 멈추고 한반도 평화가 달성되도록 이란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차관보는 한러 간 학술과 문화 교류 등 협력 확대도 제안했다. 이란이 중동 지역 내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점을 들어 "중동 지역의 안정을 위해 보다 건설적인 역할을 기대하며 우리 정부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 노력에 적극 기여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바게리-카니 외교장관 대행은 양국 간 협력 관계 개선 의지를 재확인하고 중동 및 한반도 역내 안정의 중요성에 공감을 표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한편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ACD가 역내 및 글로벌 도전 과제 대응 논의를 위한 협력 플랫폼으로서 기여해 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ACD 조직 강화 및 회원국 간 협력 확대 방안을 담은 '테헤란 선언'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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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