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 손님들 같은데"…빗속에도 이어지는 추모 행렬

'시청역 역주행 사고' 이튿날, 시민들 발길 이어져
임시로 세워진 울타리 앞으로 하얀색 국화꽃다발
"매일 다니던 길 충격…고인들 좋은 곳에 가시길"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데 사고를 당한 분들이 저희 손님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고를 당하신 분들과 유가족, 목격자 모두를 위해 기도했어요."

2일 오후 찾은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 인도 바깥쪽에 임시로 세워진 파란색 울타리와 바닥에 놓인 국화 꽃다발이 전날 이곳에서 큰 사고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추모 행렬은 끊임 없이 이어졌다. 거세게 내리는 비는 전날 사고로 숨진 이들을 위로하는 듯해 보였다.

행인들 중 상당수는 지나가던 발길을 멈추고 사고 현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일부는 안타까움을 가득 담아 탄식하기도 했다.

중년 남성 일행은 "여기가 어제 사고 난 데야" "차가 사람들한테 들이닥친 거야. 아주 날벼락 맞은 거지…"라고 한탄하며 한참을 자리에 머물렀다.

국화꽃을 직접 준비해 와 헌화하거나 묵념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사고가 난 도로와 인접한 건물에서 미화원으로 일하는 김성자(63)씨는 "수년째 일하며 매일 지나다니는 길이라 더 놀랐다"며 "고인들이 좋은 곳에 가셨으면 해 일부러 국화를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5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이모(42)씨는 펜스 앞에 가만히 서서 양손을 모은 채 한참을 기도했다. 꼭 감은 두눈으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는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며 "유가족과 사고를 목격한 수많은 분들에게 위로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오후 9시27분께 운전자 A(68)씨가 몰던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이 중구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와 일방통행인 세종대로18길을 역주행했다. A씨 차량은 교차로에서 인도에 있던 보행자들을 덮친 후 BMW, 소나타 등 차량까지 차례로 쳤다.

이 차량은 교차로를 가로질러 반대편인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에 멈춰 섰으며, A씨는 경찰에 차량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로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당초 사망자는 6명으로 집계됐으나 심정지 3명이 사망 판정을 받으며 사망자가 9명으로 늘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