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9명을 숨지게 한 운전자가 경기 안산 소재의 한 버스회사의 시내버스 기사로 확인된 가운데, 해당 운전자가 브레이크와 액셀을 착각했을 것이라는 현직 버스 기사의 주장이 나왔다.
지난 3일 한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베테랑 버스 기사가 어디 있냐?'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현직 버스 기사라고 밝힌 A씨는 "시청역 가해 차량 운전자에 대해 뉴스에서 '베테랑 버스 기사'라고 그러는데, 운전에 베테랑이 어디 있냐. 항상 조심해서 다녀야 하는 직업"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버스 오래 운전했다고 하면 습관이 생겼을 거다. 습관이 무서운 게 몸이 기억한다는 것"이라며 "몇몇 분들이 어떻게 버스 기사인데 고령이라도 브레이크와 액셀을 착각하냐고 한다. 고령의 버스 기사들도 착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버스 페달은 일반 승용차와 다르다. 운전자 편의성을 위해 브레이크, 액셀 모두 오르간 페달이다. 발뒤꿈치 고정하고 발끝만 왔다 갔다 하면서 브레이크, 액셀을 밟는다"며 "아예 두 페달 위에 동시에 발을 올려놓고 까딱까딱하는 경우도 있다. 이건 잘못된 운전 습관"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버스 페달과 가해 차량 운전자가 몰다 사고 낸 것으로 알려진 G80 페달 사진을 올렸다.
실제로 버스 브레이크 페달은 액셀 페달과 비슷하게 길쭉한 모양이었고, G80의 경우 액셀 페달이 길고 브레이크 페달은 짧은 모양이다.
A씨는 "버스 브레이크 페달과 G80 액셀 페달이 비슷해서 착각할 수 있다는 얘기"라며 "위급 시나 다른 생각 하다가 착각하는 경우 은근히 많다. 뉴스에 안 나와서 그렇지, 터미널 내 브레이크 착각 사고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끔 어르신들이 운전하는 택시 타면 울렁거리지 않냐. 브레이크와 액셀을 습관적으로 번갈아 가며 쓰시는 분들이다. 이 분들은 버스 오래 하신 분들일 거다. 운전하는 습관 보면 다 나온다"고 지적했다.
특히 A씨는 시청역에서 발생한 참사가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고 봤다.
그는 "급발진 때문이 아니라 습관적인 오작동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택시 경력이 많은 베테랑도 어르신되면 페달 착오 사고 내고, 버스 기사 오래 했어도 역주행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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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취재본부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