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예고 오후 발표…제천시 '황당' 인사 논란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한 인사를 위해 도입한 충북 제천시의 인사예고제가 파행하고 있다.



4일 올해 하반기 정기인사를 단행한 제천시는 이날 오전 인사 방침을 예고하고 오후에 인사위원회를 열어 의결한 뒤 그 결과를 발표했다. 한나절여 만에 이뤄진 예고와 발표에 일부 공무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시의 이러한 기형적 인사예고는 민선 8기 들어 종종 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당일 나오는 '기습 예고'는 이제 일상이 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시가 인사예고제를 도입한 것은 2004년이다. 직렬별 승진 예정 인원을 미리 공개한 뒤 조직 내 의견을 들어 이를 실제 인사에 반영할 수 있었다. 업무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인사권자에게 전달하는 효과도 있다.

정식 인사발령 전에 인사 변동사항을 전격 공개하고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하는, 혁신적 인사 방식이라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시는 시급성이 없는 정기인사인데도 이날 오전 오는 8일 자 인사를 예고하면서 같은 날 오후에 발표하겠다고 공지했다.

4급 승진자는 행정 3명·환경 1명·간호 1명, 5급 승진자는 행정 2명·사회복지 1명·건축 1명이라는 사실을 인사 당일 조직에 알린 셈이다.

그러면서 5급 승진자는 50시간, 6급 승진자는 80시간 교육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안내도 곁들였다. 승진자들은 인사 발령일인 8일 이후 교육훈련 이수를 위해 한동안 자리를 비워야 한다.

한 공무원은 "예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언젠가부터 당일이나 빨라야 하루 전 인사예고가 나오더라"면서 "실효성 없는 형식적 인사예고는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하루 이틀 전에 하면 좋겠지만 당일 (예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인사예고는 사전 안내의 의미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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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취재본부장 / 김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