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처리 디데이 지났지만 복귀율 미미"
"내년 9월 지원 가능…의료 공백 1년이상"
"30~40대교수 사직 중…추가이탈 불가피"
정부가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사직 처리 디데이(15일)가 지났지만 '빅5' 등 수련병원으로 복귀한 전공의는 극히 일부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공의 1만 명 이상의 사직이 처리되면 '빅5' 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 의료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 1만여 명이다. '빅5 병원'인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등 수련병원들은 전날 낮 12시까지 사직 의사를 알려 달라는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을 보냈지만 응답률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들 병원들은 "한 자릿수", "10명 미만", "미미한 수준", "인원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가 각 수련병원에 전공의 결원을 확정해 통보해 달라고 밝힌 시한은 전날 자정이다.
다만 이대목동병원의 경우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전공의가 일부 복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등 수련병원들은 전날 12시가 되어도 소속 전공의들 대부분이 답변을 보내오지 않자 같은 날 복귀 또는 사직 여부를 알려 달라는 메일을 다시 보냈다. 앞서 이들 병원들은 기한(15일) 내 복귀하지 않거나 응답이 없는 경우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수련병원들이 미복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복귀 의사 확인에 나선 것은 정부가 기한 내 전공의 결원 확정과 하반기(9월)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해 달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각 수련병원에 전날까지 소속 전공의의 복귀 또는 사직 여부를 확인해 결원을 확정하고 오는 17일까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으로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해당 공문에는 "전공의 결원 확정과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 신청 조치를 기한 내 이행하지 않는 수련병원에 대해서는 내년도 전공의 정원 감원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다섯 달째 이어지면서 정부가 사실상 마지막 출구 전략을 내놨지만 전공의 복귀율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면서 의료 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사직 후 1년 내 동일 연차·전공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전공의 수련 규정에 특례를 적용해 복귀하는 전공의들이 9월부터 다른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반면 9월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은 빨라야 내년 9월 전공의 모집 때 동일 연차·과목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병원을 떠난 1만여 명의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전공의 공백이 향후 1년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전공의의 빈 자리를 메워오던 '마지막 보루'인 교수들의 추가 이탈도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한 대학병원 A 교수는 "30~40대 교수(전문의)들이 이미 지쳐서 줄줄이 사직하고 있고, 이직이 너무 많아 학회 차원에서 메일을 발송하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빠진 자리를 촉탁의(전담의)로 채우기도 힘든 상황에서 사태가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어 교수들의 추가 이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정부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6월이 아닌 실제 사직서를 낸 2월을 사직 시점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사직 시점이 6월이 되면 업무개시명령 불응으로 인한 의료법 위반으로 법적 책임은 물론 퇴직금 등 재정적 불이익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전공의들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 각종 행정명령 '철회'가 아닌 '취소', 각종 부당한 명령에 대한 사과 등도 복귀 조건으로 밝혀왔다.
대한수련병원협의회가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2월29일자로 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정부는 전공의 사직이 인정되는 시점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지난달 4일 이후부터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2월 사직을 인정하면 전공의들에게 내린 업무개시명령 등 기존의 모든 행정처분이 위법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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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