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산초등학교 뒤편 군동리 산 9-1번지서 개토식
'인민군에 부역’ 이유로 민간인 200명 감금 후 암매장
시굴 4~5일 소요…유해발굴·보전처리·안장 등 예정
6·25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200여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충남 천안 직산읍 일대 유해 발굴이 20일 시작됐다.
천안시와 민족문제연구소, 천안민주단체연대회의는 직산초등학교 뒤편 성산에서 개토제를 열고 70여년 간 묻혔던 민간인 희생자들의 명예회복 시작을 알렸다.
천안지역 내 최초인 이번 유해발굴 사업은 서북구 직산읍 군동리 산 9-1번지 일원 매장된 민간인 시신 100여구 발굴을 목표로 한다. 나머지 100여구는 인접한 사유지에 매장된 것으로 추정, 주민 동의를 남겨두고 있다.
총 200여구 중 신원 확인이 가능한 민간인은 총 10여명이다.
희생자들은 1950년 9월께 성환·직산지역에 거주하던 주민들이다. 9월 28일 서울 수복 후 인민군에 부역했거나, 부역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당시 직산면사무소(옛 직산현 관아) 창고에 감금된 후 경찰에 의해 불법 살해된 뒤 암매장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등은 '1951년 1월경 사이렌이 울리면 경찰이 민간인을 데리고 직산초등학교 뒷산으로 끌고 가는 것을 보았다’는 지역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2018년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암매장지를 추정하고 6년 만에 발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이날 개토식에는 민간인 희생자의 증손자 등 유족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생업 등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르면 4~5일 내에 시굴 작업을 마치고 유해가 발견되면 본격적인 발굴과 보전 처리, 안장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우리나라가 OECD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을지 모르겠으나 정치적으로는 아직 후진국”이라며 “다시 한번 여기 묻히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업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사업비 3800만원을 투입하고 천안시가 추진한다. 매장유산 조사와 발굴은 업체 ‘더한’이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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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취재본부장 / 유상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