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서 7년 만에 국민 참여 공습 민방위…시민 반응 냉랭

청주 홈플러스 성안점에서 시범 훈련
사이렌 울려도 시민들은 쇼핑 삼매경
민방위 훈련 7년 공백 메우기엔 부족
"실제 상황 발생 시 시민 피해 클 것"

22일 오후 2시 충북 청주시 홈플러스 성안점 내부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하 1층 고객센터 앞 대피소로 이동해주세요. 빨리빨리요. 어머니! 여기 있으면 안 돼요."


대피 유도 요원으로 지정된 청주시, 홈플러스 직원들이 연신 목소리를 높였으나 역부족이었다. 쇼핑에 푹 빠진 시민들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뒤 곧바로 상품 진열대로 눈길을 돌렸다.



청주에서 7년 만에 펼쳐진 공습 대비 대피 훈련은 다른 세상 속 일이 돼버린 듯했다.

한쪽에선 하얀색 근무복을 입은 매장 직원 2명이 대피소를 향해 뛰었다. 시민들은 직원에게 길은 터주면서도 동행하지는 않았다.

지인 2명과 함께 쇼핑을 즐기던 임세희(42·여)씨는 "사이렌은 들었지만 실제 상황이 아니니깐 괜찮겠지 생각했다"며 "장 보느라 바빴다"고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

스낵 코너에서 카트를 끌고 지나가던 남택문(64)씨는 "민방위 훈련을 몇년 동안 안하다가 정말 오랜만에 하는 것 같다"며 "훈련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오늘은 일정이 바빠서 참여를 못 했다"고 양해를 구했다.


대피소에서는 10분간 비상 행동 요령 교육과 심폐소생술 훈련이 진행됐다. 그 옆으로는 여러 시민이 쇼핑 카트를 끌고 지나갔다.

근처 계산대에서 만난 매장 직원 길지윤(52·여)씨는 "홍보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며 "많은 시민이 오늘 매장에 와서야 민방위 훈련을 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훈련에 시민들이 많이 참여해야 한다"며 "실제 공습 상황에서도 이렇다면 시민 피해가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청주에서 국민 참여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이 벌어진 건 7년 만이다. 남북관계 긴장 완화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중단됐던 국민 참여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이 6년 만인 지난해 8월 재개됐으나 청주는 수해에 따른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서 훈련에서 제외됐었다.

시는 이날 20분간 다중이용시설 시범훈련을 실시했으나 많은 시민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했다. 홈플러스 성안점 외에도 청주 지역 231개 민방위 대피소에서 대피 훈련이 진행됐지만, 7년 간의 훈련 공백을 메우기에는 시민과 괴리감이 있었다

시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같은 공습 상황에서 국민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이번 훈련을 마련했다"며 "대피 훈련을 오랫동안 하지 않은 탓에 시민 참여도가 생각보다 낮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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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취재본부장 / 김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