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살 아기 술먹이고 8살 아들 숨지게해"…월 450만원 받고 방치한 부모

쓰레기 가득한 집에서 7남매를 키우며 상습 폭행하고, 신장 질환을 앓는 8살 자녀를 방치해 숨지게 한 부모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2부(권상표 부장판사)는 전날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6)와 아내 B씨(34)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또 A씨 부부와 함께 살면서 피해 아동들을 폭행하거나 위협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지인인 남성 C씨(33)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하고, 같은 죄로 불구속 기소된 또 다른 지인 남성 D씨(35)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7남매를 둔 A씨 부부는 아들 E군(8)이 2022년 5월 신장 질환을 진단받은 뒤 의사가 상급 병원 진료까지 권유했음에도 방치해 지난 4월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눈질환을 앓고 있던 자녀 F양(4) 역시 방치해 중증 내사시(사물을 볼 때 눈동자가 안쪽으로 몰리는 눈)에 이르게 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다른 자녀들 역시 방임하거나 폭행했다.

양육 환경은 매우 열약했다. 방 안에는 쓰레기와 곰팡이가 즐비했고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세탁기가 없어 아이들은 수 개월간 같은 옷을 입어야 했다.

아이들이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생활하는 동안 A씨 부부는 술을 마시거나 노래방을 갔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 아이들은 체중이 또래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직업은 일용직, B씨는 무직이었다. 이들 부부는 지자체 등으로부터 양육과 주거지원 명목으로 매달 평균 약 450만원씩을 받았으나 유흥비로 대부분을 탕진했다. 지원금이 떨어지자 자녀들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되팔아 생활비에 썼다.


부모 구속으로 남겨진 아이들은 휴대전화 통신비 연체 내역 때문에 후견인 지정도 안 되는 상황이다.

함께 살던 지인 C씨는 아이들을 효자손으로 폭행하거나 만 1세 아기에게 술을 먹인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또 자신의 약을 먹었다는 이유로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는 아이의 목을 조르며 때리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 부부에 대해 "피해 아동들은 대체로 10세 미만으로 보호자의 양육이 필수였음에도 피고인들은 피해 아동들을 때리거나 욕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학대하고, 주거지 관리를 하지 않아 비위생적으로 양육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아동들이 잠들면 술판을 벌이거나 노래방에 갔고, 적절한 영양이 포함된 식사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세탁도 하지 않은 옷을 입히는 등 보호자로서 최소한의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아 피해 아동들의 성장이 심하게 저해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A씨가 E군이 사망하기 전날 의사로부터 수액을 받아야 함에도 방치한 채 법률상 보호자도 아닌 지인에게 맡기고 놀러 간 점을 두고는 "피해 아동이 사망한 직후에도 애통해하기보다 사망 직전 외출 사실을 숨기고 잘못을 감추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지인들 역시 만 1세에 불과한 아이에게 술을 먹이는 등 학대했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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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주재기자 / 방윤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