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성산로 땅 꺼짐, '지반·강우·매설물' 복합요인…이달 전수조사

지하 시설물·주변 공사장, 장마철 강우 등 복합요인
일대 지하매설물 전수조사, 인근 공사장 특별점검
지반침하 주요인 30년 이상 노후 상하수관로 정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발생한 지반침하(땅 꺼짐) 사고는 지형적 특성과 집중호우, 폭염, 지하 매설물 등에 따라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는 보다 명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연희동 사고 지역 일대를 '특별 점검' 대상지역으로 지정해 지하 매설물에 대한 전수 조사를 이달 말까지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지난달 29일 연희동 성산로에서 발생한 지반침하와 관련해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지반침하 사전 예방을 위한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4일 밝혔다. 전문가 현장 조사와 3차례의 합동점검회의 결과 이번 도로 침하의 원인은 지형적 특성, 기상 영향, 지하 매설물, 주변 공사장 영향 등 복합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성산로는 궁동공원과 경의선 철도 사이 경사지 중간에 위치해 지하수의 흐름이 강한 데다, 매립층으로 이뤄져 있어 지반이 상대적으로 불안정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7~8월 집중호우와 폭염 등으로 지하수위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지하 토사가 유실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상하수도, 가스, 통신 등의 지하 매설물이 도로 침하에 영향을 주고, 주변에서 진행 중인 '사천 빗물펌프장' 공사로 인해 지하수 유출이 발생했을 우려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지하에 공동이 발생했고, 결국 도로 하부의 토사가 일시에 유실되면서 포장면이 파괴된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까지 사천 빗물펌프장 공사에 따른 직접적인 원인은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시는 보다 명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공사 구역 내 진동계와 지하수위계를 설치하고, 지반 시추를 통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정부에서도 성산로 지반침하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반침하 사전 예방안도 추진한다. 연희동 사고 지역 일대를 '특별 점검' 대상지역으로 지정하고, 이달 안에 성산로(연희IC~사천교) 지하 매설물에 대한 전수 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대상은 하수관로·하수암거 연장 3㎞, 상수도관 연장 2㎞, 도시가스·통신관 등이다.

사천 빗물펌프장 공사장에 대한 특별점검도 추진한다. 공사장 인근 성산로 일대를 대상으로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를 월 1회 실시하고, 현장 공사 관계자가 주 2회 공사장 일대를 육안으로 점검한다.

'노후 상하수관로' 정비에도 나선다. 지난 2015년부터 올 9월1일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 222건 중 상·하수관로에 따른 사고가 6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서울 시내 전체 상수관로 1만3350㎞ 중 2040년까지 30년 이상 된 노후 상수관로 총 3074㎞를 정비할 계획이다. 올해는 상수도관 62.5㎞를 정비하고, 내년에는 64.6㎞를 정비할 계획이다.

30년이 넘은 모든 하수관로에 대해 폐쇄회로(CC)TV가 장착된 내시경 카메라를 활용해 조사하고, 30년이 도래하는 하수관로에 대해서도 연차별로 계획을 수립해 정비를 실시한다.

굴착깊이 10m 이상 공사장과 터널 공사장 주변 안전관리도 강화한다. 기존에는 굴착 공사장에 대해 최초 1회 GPR 탐사 후 필요 시 추가 탐사를 실시했으나, 앞으로는 준공 1년 이내의 공사장까지 월 1회 GPR 탐사를 시행한다.

GPR 탐사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도 도입한다. 현재 지하 2m까지 80~90% 이상의 정확도로 지하 공동을 찾아낼 수 있는 GPR 장비의 정확도를 높이고, GPR 장비로는 찾기 어려운 이상 징후를 찾아내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보완한다. GPR 탐지 전문 인력을 7명에서 1명 더 충원하고, 탐사 차량도 2대를 추가로 확보한다.

지반침하 우려도를 과학적으로 분석·수치화하는 '지반침하 안전지도'도 연말까지 개발을 앞당길 예정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지반의 변동을 확인할 수 있는 '지반침하 관측망'에 대한 타당성 검토도 진행 중이다. 아직까지 국내 도입 사례가 없으나 효과가 입증될 경우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앞서 시는 지하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GPR 탐사 등 지반침하 예방 활동을 지속 추진해왔다. 지난 8월까지 5787㎞를 조사해 559개의 공동(땅속 빈 공간)을 사전에 발견하고 복구했다. 이번 연희동 지반침하는 지난 5월 정기점검 때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곳이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서울시는 기존에 추진하던 지반침하 예방 대책을 재검토하고 보완해 이번 개선안을 마련했다"며 "도로 이용 중 발견한 불편 사항이나 이상 징후는 경찰, 120다산콜 등에 적극 신고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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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취재본부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