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삶 후회 없게" 낙뢰 심정지 교사 28일 만에 극적 퇴원

전남대병원 응급실서 발빠른 인공심폐기 치료로 기사회생
심장 40분 멈췄지만 후유증도 극복, 후원금 1000만원 기탁

"저를 포기하지 않고 치료한 응급의학과 교수님을 두 번째 아버지라 생각합니다."

직무 연수 도중 낙뢰에 맞아 쓰러진 20대 교사가 전남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지 28일 만에 퇴원했다.

심장이 40분 이상 멈춰 다발성 장기 부전까지 이겨낸 그는 의료진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후원금까지 전했다.


▲ 낙뢰 맞고 쓰러진 교사 김관행(사진 오른쪽)씨가 28일 만에 극적으로 퇴원하면서자신의 치료를 도맡은 응급의학과 조용수 교수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전남대병원 제공 / 뉴시스)

12일 전남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지난 5일 낮 12시4분께 광주 한 대학교에서 광주 서석고 교사 김관행(29)씨가 돌연 쓰러졌다.

직무 연수 중이던 김씨는 점심을 먹으러 가다 낙뢰를 맞은 나무 옆을 지나다 감전, 순간 의식을 잃었다.

시민 신고로 출동한 119구급대가 김씨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다른 병원에 이송했다가, 전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옮겨졌다.

곧바로 전남대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진 김씨는 사흘간 에크모(ECMO·인공심폐기계)로 심폐 기능 회복 집중 치료를 받았다.

김씨의 심장은 40분 만에 다시 뛰었다. 그러나 심장이 멎은 지 5분이 지나면 심장·폐·뇌 등 주요 장기에 큰 후유증이 남을 수 있었다.

특히 이송 첫날 밤에는 다발성 장기부전, 피가 멎지 않는 혈관 응고 증세까지 나타나 큰 고비를 맞기도 했지만, 16일 동안 중환자실 집중 치료를 받으면서 점차 건강을 회복했다.

김씨는 장기간 입원으로 인한 섭식 장애, 근력 감소, 발뒤꿈치 피부 손상 등으로 아직 걷기는 쉽지 않지만 건강을 상당부분 회복, 낙뢰 사고 28일만인 이달 2일 퇴원했다.

퇴원한 김씨는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에게 감사 인사를 표명하며 발전 후원금 1000만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국어 과목을 가르치는 김씨는 건강 상태가 아직 교단에 돌아갈 수준은 아니지만, 새 삶을 후회 없이 살겠다며 의지를 밝혔다.

김씨는 "두 번째 삶을 선물 받았다. 응급중환자실(EICU)에서 힘든 치료 과정을 버틸 수 있게 도와주신 응급의학과 교수진과 간호사, 회복을 믿고 기다려준 가족들에게 감사하다. 하루하루 후회가 남지 않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의정갈등으로 응급실을 비롯한 의료진에 대해 막연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아쉽다. 환자를 위해 불철주야 헌신해주시는 의사·간호사들의 노력과 열정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고도 했다.

전남대병원은 생사 갈림길에서도 김씨가 극적으로 회복한 데 대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응급의학과에서 에크모 치료를 할 수 있는 숙련된 의료진의 경험·역량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다른 상급종합병원은 흉부외과나 순환기내과 의료진을 중심으로 에크모 치료가 가능하다. 반면 응급의학과가 자체적으로 에크모를 다룰 수 있는 전남대병원의 경우, 한시라도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용수 교수는 "낙뢰 환자는 쉽게 접할 수 없어 진료 경험이 부족할 수 밖에 없고, 응급의학 분야에서도 치료가 어려운 편에 속한다. 김씨의 경우, 심정지가 장시간 있었던 터라 심장과 폐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응급실에서 급하게 에크모 치료를 시행했다"며 "무엇보다 환자의 살고자 하는 의지와 정신력이 매우 강해 회복한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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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