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생 섬진달래가 일본 종과 다른 한국 특산 신종으로 확인돼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았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지난 2015년 전남 여수 무인도에서 발견된 섬진달래의 학명을 하은(霞隱) 정태현 교수(전 성균관대학교 교수)의 이름을 따서 'Rhododendron tyaihyonii'로 새로이 명명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학명 부여는 우리나라 식물분류학 연구의 역사적 인물을 기리는 동시에 우리 자생식물에 대한 생물주권을 국제적으로 선언하는 의미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식물분류학의 선구자인 정태현 교수(1882~1971)는 일제강점기 때 자생식물의 한글이름을 체계적으로 기록한 '조선식물향명집'의 주저자로, 우리식물에 대한 독자적인 이름을 부여해 식물주권을 수호한 인물이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 국문으로 발행한 우리나라 최초의 식물도감인 '한국식물도감'을 저술했고 그의 업적을 기리는 '하은 생물학상'은 국내 생물학계에서 가장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진 권위높은 학술상으로, 순수생물학 분야에 업적이 뚜렷한 연구자들에게 수여되고 있다.

섬진달래는 높이 1~2m 내외, 잎은 타원형이고 꽃은 노란색을 띠는 백색이 특징인 수종으로, 일본의 혼슈(간토) 지역에 국한돼 자라는 Rhododendron keiskei var. hypoglaucum과 동일한 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국립창원대, 성균관대, 충북대, 일본 교토대와의 협력 연구를 통해 한국서 자생하는 섬진달래의 계통적 독립성을 입증해 섬진달래가 한반도 고유의 특산 신종임을 밝혀냈다.

이는 식물의 학명과 기원을 둘러싼 국제적 논의에서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섬진달래의 학명에 하은 정태현 교수의 이름을 부여한 것은 우리나라 식물분류학계에 남긴 하은의 공로와 유산을 기리는 의미에서 매우 뜻깊다"며 "이번 발견은 우리 식물의 고유성과 생물 주권을 확립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자생식물의 가치를 국제 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한 연구와 보존 활동을 지속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