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체수가 많아졌다는 단순한 수치 비교" 비판
서울시 "전문가 자문회의 등에서 이견 없었다"
서울시가 보호 야생생물 목록에서 청딱다구리를 제외한 것에 대해 환경단체들이 항의하고 나섰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8일 기후·서식 환경 변화 등 달라진 여건을 반영해 서울시 보호 야생생물을 재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시 보호 야생생물이란 멸종 위기에 있거나 개체 수가 감소하는 종, 일정 지역에 국한해 서식하는 종, 학술적·경제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종, 그 밖에 시장이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종이다.
이번 재지정에 따라 개체 수가 급감하거나 일정 지역에 국한해 서식하는 종 등 14종(식물 3종, 조류 3종, 양서파충류 4종, 곤충 1종, 어류 3종)이 신규 지정된 반면 기존 보호 야생생물 중 생육 미확인종, 보호 야생생물 지정 목적과 맞지 않는 일반종, 멸종위기종 등 환경부 법정 보호종과 중복된 종 등 8종은 지정이 해제됐다.
긴병꽃풀, 청딱다구리, 물자라, 왕잠자리는 서울에서 지속적으로 출현해 개체 수 감소가 유의미하지 않은 일반종으로 확인돼 해제됐다.
그런데 해제된 생물 중 청딱다구리를 놓고 논란이 제기됐다. 청딱다구리는 30㎝ 안팎의 새다. 등이 녹색이어서 청딱다구리라고 부른다. 수컷은 머리 위로 붉은 털이 돋아있다. 서울시는 "1990년대부터 지속 확인되는 종으로 서울시 전역에서 많은 개체가 확인되고 있다"고 제외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청딱다구리 보호 해제를 잘못된 조치라고 주장했다.
98개 환경단체와 개인 1700명은 지난 23일 공동 성명에서 "우리는 청딱다구리를 보호종에서 해제하려는 서울시의 결정에 과학적 근거가 부실하고 딱다구리의 생태적 지위와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개체수가 많아졌다는 단순한 수치 비교로 딱다구리류의 생태적 지위를 일반종으로 변경시킬 수는 없다"며 "최적 개체군 규모를 따지지도 않았고 딱따구리의 생태적 역할도 검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딱다구리보전회도 "청딱다구리의 둥지 입구가 다른 딱다구리의 것보다 커서 몸집이 큰 생물을 깃들게 할 수 있다"며 "청딱다구리의 개체수가 다른 딱다구리에 견줘 많다는 근거가 부족한 점에서 이번 결정이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보호 해제 조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는 "유사한 둥지와 서식지를 이용하는 종들은 보호 야생생물에서 제외해도 서식지가 함께 보존될 수 있다"며 "생태적 특성과 서식 현황 분석 결과, 시민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유사한 둥지와 서식지를 이용하는 청딱다구리가 해제 검토종으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시는 또 "최종 전문가 자문회의나 관계 기관 의견 수렴에서도 이견이 없었다"며 최종 결정 전에 청딱다구리에 관한 항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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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