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뺑소니범 도운 지인들, 범죄 연루 의혹…수사 확대

과거 보이스피싱 수사 대상…잦은 태국 출입국 기록 '접점'
차량 빌려준 지인·차량 소유 법인도 관련 연루 의혹 확대

경찰이 새벽 광주 도심에서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사상사고를 낸 뒤 달아난 운전자를 도와준 조력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한다.

실제 조력자 중 일부가 과거 전화금융사기 등 범죄와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오른 내용이 확인되는가 하면, 차량을 빌려준 지인 또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태국으로 출국하는 등 조직적 범죄 연루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30일 '마세라티 뺑소니범' 관련 브리핑을 열었다. 경찰은 이 자리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상 혐의로 구속된 운전자 김모(32)씨의 행적과 범인도피 혐의로 각각 입건된 조력자 A(32)씨 등 3명의 수사 내용을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24일 오전 3시11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한 도로에서 고가의 수입차 '마세라티'를 운전하던 중 앞서 달리던 오토바이를 받은 뒤 구호조치 없이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크게 다쳤으며 동승자인 20대 여성 1명이 숨졌다.

김씨는 사고 닷새 전인 19일 태국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에서 치과 치료를 받고 21일 늦은 오후 광주에 도착했다. 광주에 도착하자마자 지인으로부터 마세라티 차량을 건네받은 그는 사고 당일 오전 2시부터 1시간 여 동안 서구 상무지구 한 술집에서 A·B(29)씨와 술을 마셨다.

사고 직후 A씨의 차량을 타고 B씨와 함께 대전으로 올라간 김씨는 오전 9시30분 태국행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리무진버스를 이용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김씨는 오전과 오후 각각 공항에 들렀으나 이미 출국 금지됐을 가능성에 스스로 항공권을 취소했다.


김씨는 사고 당일 늦은 오후 서울로 이동하면서 또 다른 조력자인 고교 동창 C(32)씨와 연락, 대포폰을 구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C씨가 구해다 준 대포폰을 이용하며 경찰 추적을 따돌렸다. 김씨는 대포폰의 위치를 추적해 장소를 특정한 경찰에 의해 서울 강남 모처에서 C씨와 함께 있다가 체포됐다.

경찰은 뺑소니 사건과 별개로 김씨의 도주 행각을 도운 조력자들을 상대로도 수사를 확대한다. 특히 도주 과정에서 직접적인 도움을 준 A씨와 C씨가 과거 전화금융사기 등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전력과 김씨처럼 태국을 수시로 오간 기록이 확인됐다.

김씨에게 마세라티 차량을 빌려준 지인도 태국 출입국 기록으로 엮이고 있다. 이 지인은 마세라티 차량 소유 법인과 무관하고 사고와도 직접 연관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김씨가 사고를 낸 당일 오후 늦게 태국으로 출국한 기록이 확인됐다.

이밖에 김씨는 과거 주민등록이 말소돼 예명을 쓰며 신분을 숨긴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와 조력자들은 모두 자신들의 직업을 '무직'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경찰은 마세라티 차량이 광주로 흘러 들어온 배경을 들여다보는 한편 차량 소유주인 서울 소재 법인도 범죄 연루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이들이 해외에 기반을 둔 조직범죄에 연루됐는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을 빌려준 지인은 경찰의 연락을 받지 않다가 추후 태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수사선상에는 올렸지만 그사이 특정된 피의자 김씨에 대한 검거에 총력을 기울인 것"이라며 "김씨와 조력자들이 태국을 오간 이유와 이 과정에서 범죄 혐의점이 발견될 경우 태국 당국 또는 인터폴에 공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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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사회부 / 박광용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