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엔 '현무-5', 하늘엔 '미 B-1B'…광화문에선 2년 연속 시가행진

1일 서울공항서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개최
괴물 미사일 현무-5 첫 공개…9축 차량 실려 게걸음 이동
하늘엔 미 전략폭격기 B-1B 전개…F-15K 호위 속 비행
오후 4시 광화문서 시가행진…병력 5500명·장비 340대 참여

"좌측을 주목해 주십시오. 오늘 최초로 공개된 초고위력 탄도미사일 현무의 우수한 측면 기동 능력을 보고 계십니다."

1일 오전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 경기 성남 서울공항. 오전 11시 36분경 장내 아나운서의 현무-5 등장 멘트가 시작되자 서울공항을 가득 채운 시민들의 시선이 모두 한 곳으로 집중됐다. '세계 최강 벙커 버스터'로 평가받는 현무-5 실물이 처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현무-5를 실은 9축의 거대한 차량은 미사일 위력을 뽐내기 충분했다. 차량 크기가 너무 큰 탓에 방향 전환 시 바퀴 전체를 45도로 틀어서 움직이는 '게걸음'(사선기동)을 선보일 때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현무-5는 탄두 중량만 8t(톤)이 넘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수준이다. 파괴력은 전술핵에 맞먹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 군은 북한이 남침할 경우 현무-5 20~30발로 평양을 초토화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무-5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탄두 중량을 줄이면 사거리 3000~5500㎞에 달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이상의 성능도 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현무-5가 모습을 감춘지 몇 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미 전략폭격기 B-1B가 서울공항 상공에서 위용을 드러냈다. B-1B는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듯 우리 군 F-15K의 호위를 받으며 서울공항 상공을 빠르게 지나쳤다.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B-1B 랜서는 B-52, B-2와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꼽힌다. 전략폭격기 가운데 유일한 초음속 기종으로 괌에서 한반도까지 2시간 만에 도착해 작전을 펼 수 있고, 폭탄 60톤을 탑재할 수 있다.

올해 행사는 건군 76주년을 맞아 '강한 국군, 국민과 함께'라는 주제로 서울공항에서 성대하게 개최됐다. 서울공항에서 국군의날 기념식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올해 행사에는 병력 5000여명과 83종 340여 대의 장비가 참여했다.

F-15K 전투기가 빠르게 이륙하며 이날 행사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이어 F-16K 전투기가 서울공항 좌측에서 진입하며 비행실력을 뽐냈다. 굉음을 내며 빠른 속도로 진입한 F-35A 스텔스 전투기도 고난이도 기동을 선보였다.

이후에는 태권도 시범, 집단강하, 고공강하 등 우리 군의 ‘즉·강·끝’ 의지를 보여주는 고난도 시범이 이어졌다. 태권도 시범단은 지상, 해상, 공중의 다양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강한 힘과 합동성을 상징하는 화살촉 대형을 구성해 격파를 실시했다. 격파시범은 특전용사의 대리석 격파를 시작으로 기술격파, 도미노식 위력격파가 진행됐다.

장애물 딛고 공중차기 등 화려한 기술 발차기를 선보이자, 윤 대통령을 비롯해 이날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공중에서는 특전용사들이 400m 상공에서 집단강하를 선보였다. 수많은 낙하산들이 펼쳐지며 서울공항 상공을 수 높은 모습은 그 자체가 장관이었다. 특전요원들은 지상에 가뿐히 착지하며 고난이도의 강하실력을 어김없이 드러냈다.

이날 우리 군은 다족보행로봇, 자율탐지로봇, 무인수색차량, 레이저대공무기 등 미래 무기체계도 대거 선보였다. 상공에서는 우리 군이 지난 6월 처음 도입한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도 위용을 과시했다.

P-8A는 현존하는 최신예 해상초계기다. 해상표적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공대함유도탄, 잠수함을 타격할 수 있는 어뢰와 함께 적 잠수함을 탐지·식별·추적할 수 있는 음향탐지부표(소노부이) 120여발을 탑재할 수 있다. 시속 900㎞ 이상 속도로 비행하며 적 잠수함을 공격할 수 있어 '잠수함 킬러'로 불린다.

이날 행사의 마무리는 블랙이글스가 장식했다. T-50B 항공기 8대로 구성된 블랙이글스는 서울항공 상공에서 다양한 고난이도 기동을 선보이며 시민들의 아낌없는 박수를 이끌어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만약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그 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 날이 될 것"이라며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는 숭례문에서부터 광화문까지 국민과 함께하는 시가행진이 펼쳐졌다. 이날 행진에는 병력 3000여 명과 83종 340여 대의 장비가 참여했다.

국군군악대, 전통악대와 의장대의 퍼레이드로 행사의 문을 연 뒤, 호국영웅 카퍼레이드가 진행됐다. 시가행진에서 호국영웅 카퍼레이드는 올해가 최초다.

호국영웅 카퍼레이드에는 6·25 참전용사와 북한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중사 등 호국 영웅과 유족 8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카퍼레이드가 끝난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를 하면서 함께 단상에 올랐다.

이어진 장비부대, 도보부대의 시가행진에서는 우리 군이 운용하는 K-2 전차, K-9 자주포,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KAAV) 등이 등장했다. 해당 장비에는 장병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사복을 입은 채로 함께 탑승해 국민과 함께하는 행사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이날 행사가 지난해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공중전력들이 함께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도 공중전력 참여가 계획돼 있었지만 우천으로 인해 모두 취소돼 아쉬움을 자아냈다.

올해 행사에서는 FA-50, KF-16, F-35A, F-15K 전투기가 편대를 이뤄 축하비행을 선보였다. 이어 저고도 비행을 하며 시가행진에 합류한 아파치는 도시 건물들과 함께 묘한 이질감을 들게 했다.

장내 아나운서는 "아파치 헬기는 현대전의 핵심전력으로 국토방위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명실상부한 현존 최고의 공격헬기"라고 소개했다.

오늘(1일) 국군의 날 기념식과 시가행진 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역시나 블랙이글스였다. 블랙이글스가 광화문 상공에서 고난도 비행을 선보이자, 어린아이를 비롯해 현장에서 직관한 시민들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시가행진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2년 연속 개최된 것은 전두환 정권 때 이후 40년 만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5년간 시가행진을 단 한차례도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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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