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급 군사비밀 통째로"…암구호 담보로 대출해준 대부업자 기소

군 간부 상대로 암구호 담보 대출 제안
돈 안 갚으면 채권추심 협박용으로 써
추가 유출·이적단체 제공 사실은 없어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하며 현역 군 간부들에게 담보로 암구호를 받아낸 대부업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한연규)는 군사기밀보호법, 대부업법, 채권추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부업자 A(37)씨와 직원 2명 등을 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2022년 말부터 지난 7월까지 현역 군 간부 10명에게 암구호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제안, 이 중 3명에게서 암구호를 수집해 수백만원의 돈을 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암구호란 상대가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가리기 위해 만들어진 피아식별용 비문(秘文)이다. 문어(問語)와 답어(答語)로 나뉘며, 보초를 서는 초병이 그 날의 문어를 외쳤을 때 아군이라면 그에 해당하는 답어를 외치면 된다.

암구호는 군사 3급비밀로 취급되며, 외부 유출은 물론 전화로 이를 전달하거나 이를 어딘가에 별도로 적어놓는 행위 등은 엄격히 금지돼있다.

A씨 등은 대구 지역 등에서 무등록으로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대출 스팸 문자를 무작위로 전송해 문자에 답한 사람들을 상대로 고금리 대출을 일삼고 있었다.

이들이 운영하던 대부업체는 최대 연 3만416%에 달하는 고금리를 적용해 채무자 41명에게 1억8560만원을 대출해준 후 이자로만 1억여원이 넘는 수익을 챙기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군 간부 10명이 대출을 받겠다며 연락이 오자 대부업자들은 담보로 암구호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7명은 암구호를 알려줄 수 없다며 거절했지만 나머지 3명은 이 요구에 응했다.

A씨 등은 이렇게 얻어낸 암구호를 "돈을 갚지 않으면 암구호를 유출했다는 것을 부대에 알리겠다"는 등의 협박용으로 사용했다. 다만 현재까지 이를 외부로 추가 유출하거나 반국가단체 등에 제공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A씨 등으로부터 암구호를 건네고 돈을 빌린 간부들은 사이버 도박과 가상화폐 투자 실패 등으로 빚을 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단지 암구호뿐만 아닌 피아식별띠, 훈련 계획 문서 등의 부대 내부 공문 등도 유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사건은 국군 방첩사령부가 충청 지역의 한 육군 간부 B씨가 암구호를 외부로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드러났다.

B씨는 부대 상황실에 있는 암구호 판을 휴대전화로 촬영, 이를 A씨 등에게 넘겨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지난 6월 군사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항고하지 않아 형이 최종 확정됐다.

방첩사는 B씨에게 암구호를 전달받은 대부업자를 특정하기 위해 경찰에 공조수사를 요청했으며 경찰과 검찰은 B씨를 포함한 군 간부 3명이 암구호를 보내고 대출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계속된 수사 끝에 검찰은 상선 A씨의 정체까지 파악해 관련인 3명을 모두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기관 간 협력을 통해 관련자 수사를 이어나가고 다변화하는 안보 범죄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관련 사범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고 불법 수익에 대한 환수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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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본부장 / 장우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