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권고 따르지 않은 첫 사례
'권고 성격' 수심위 무용론 나와
"책임 회피 위한 도피처로 활용"
검찰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 관련자 전원을 불기소 처분한 가운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실효성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처분은 수심위 기소 권고를 따르지 않은 첫 사례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전날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불기소했다.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건넨 최 목사, 해당 장면을 몰래 촬영한 영상을 공개한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와 이명수 기자에게도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소모적인 논란을 없앤다는 취지에서 직권으로 소집한 김 여사 수심위는 불기소를 권고했다. 이후 최 목사 측 신청으로 성사된 두 번째 수심위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한해서 최 목사를 기소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검찰은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전달한 명품백과 대통령 직무 사이 관련성이 성립하지 않아 공소제기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거나 접견 기회를 만들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청탁금지법 제8조 5항이 공직자나 그 배우자에게 금품을 건네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며 직무 관련성 여부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진 않지만, 국가권익위원회(권익위) 유권 해석은 직무 관련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라 디올백과 대통령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기에 최 목사 역시 기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는 것이다.
수심위 제도가 지난 2018년 도입된 이후 검찰이 기소 의결이 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으로, 일각에서는 검찰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심위 제도를 활용했다는 평이 나온다.
앞서 검찰은 수심위가 수사팀과 다른 결론을 내린 8건 중 4건은 수용하지 않았다. 다만 4건은 모두 불기소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소를 한 사례다. 대표적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이 있다.
수심위에 참석한 경험이 있는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필요할 때는 시민들 의견을 따랐다고 했다가 받아들이지 못할 때는 그냥 무시하는 제도가 무슨 의미가 있나"며 "30페이지로 요약된 보고서를 보고, 브리핑도 30분가량만 들을 수 있는데 시간적으로도 어떤 결정을 내리기에 촉박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도 "검찰이 의견이 갈리는 이런 사안에 있어서 책임 회피를 위한 도피처로 수심위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심위도 검찰이 궁지에 몰렸을 때 만들어진 제도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차라리 수심위 제도를 없애고 검찰이 결정하고, 책임도 직접 지게 하는 게 검찰을 발전하게 하는 방향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여사를 고발했던 서울의소리 측은 오는 7일 검찰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항고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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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