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기 민주당 의원 "통신3사 지난 1년간 약 1.3억건 제공"
"가상번호 제공에 대한 이용자 동의 확보가 통신3사 편의적으로 시행"
#하루가 멀다하고 걸려오는 여론조사 전화. 걸려오는 번호를 차단하면 또 다른 비슷한 번호로 전화가 온다. 이동통신사가 가상번호로 가입자들의 번호를 제공하면서 생긴 일이다. 통신사는 이를 통해 이익을 얻고 있지만 정작 가입자는 계속 걸려오는 여론조사 전화로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가상번호 제공을 통해 연간 약 43억원의 부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라 통신3사는 '당내경선'과 '선거 여론조사'를 위해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제공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책정한 통신3사의 가상번호 제공 비용은 건당 1일 사용 기준 16.75원이다. 통상 여론조사기관의 가상번호 사용기간은 2일이다.
이 의원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통신3사가 제공한 가상번호 제공 건수를 확인한 결과 약 1억2800만건으로 집계됐다.
이를 근거로 계산하면 최소 43억원의 부가 수익이 창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신3사 가상번호 제공 건수는 SK텔레콤 6324만여 건, KT 3884만여 건, LG유플러스 2652만여 건이다.
현행 공직선거관리규칙 제25조의5는 이동통신사업자가 가상번호를 제공하면 ▲자사 홈페이지 ▲전자우편(이메일) ▲우편물 발송 셋 중 두 가지 방법을 통해 가입자에게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해당 규칙은 고지받은 이용자는 고지 기간 만료 20일 이내에 이동통신사업자에게 동의 또는 거부 의사를 표할 수 있다.
거부 의사를 표하면 통신사는 관련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홈페이지, 통신사 앱, 고객센터 등을 통해 가상번호 제공 거부 의사를 전달할 수 있지만 이는 매우 소극적인 방법인 데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돼 왔다.
이 의원은 "가상번호 제공에 대한 이용자 동의 확보가 통신3사 편의적으로 시행되고 있어 이용자 권리 보호 개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통신3사는 고지의무를 충실이 한 만큼 위법 소지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선관위는 다수의 이용자가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따른 고지를 받지 못했다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어도 처벌 조항이 없어 제재로 이어지기는 힘들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은 이같은 논란 해소를 위해 이날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통신3사가 이용자 본인의 이동전화번호가 가상번호로 제공된다는 사실과 그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의원은 "가상번호 제공 수익 대비 이용자 권리 보호 위반에 대한 과태료가 적지만, 통신3사의 이용자 보호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법정 제재 도입에 의미를 뒀다"면서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이동통신과 관련된 이용자 보호 및 통신비 절감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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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