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發 독서열풍 부는데 중앙도서관 예산 3년 연속 뒷걸음

내년 국립중앙도서관 예산 692억5600만원
올해대비 4.6% 감액…3년 연속 쪼그라들어
"은퇴 이후 삶의질 관심…도서관 역할 중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독서 열풍이 부는 가운데 국립중앙도서관 예산이 3년 연속 감액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령화로 인해 평생교육의 필요성과 인기가 점점 더 올라가면서 도서관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는 만큼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 예산안을 보면 국립중앙도서관의 내년 예산은 올해 대비 4.6%(33억1000만원) 감소한 692억5600만원으로 편성됐다. 국립중앙도서관 예산은 2022년 876억8300만원에서 2023년 765억100만원으로 12.8%(111억8200만원), 2024년 725억6600만원으로 5.1%(39억3500만원) 감액돼 3년 연속 쪼그라들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여의도에 있는 국회도서관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도서관이다. 작년말 기준 1196만권을 소장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장서 및 영상 자료 등을 보유하고 있는 역사기록소와 같은 곳이지만 정부의 긴축 기조 속 예산 삭감을 피하지 못했다.

고명철 광운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문화평론가)는 "중앙도서관은 독서 뿐 아니라 문화에 대한 갈증 해소와 공론의 장 기능도 함께 하고 있다"며 "특히 국립중앙도서관은 아카이빙에서부터다양한 프로그램을 보장하는 공공도서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중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명철 교수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예산이 줄어들면 여러 공공 도서관에도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도서관은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인프라이기 때문에 예산 유지를 넘어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으로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서 구입이나 사서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시설 유지보수 등에 들어가는 예산을 삭감했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2022년 예산안에 160억1200만원 편성됐던 국가문헌보존관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한 영향이 컸다. 해당 예산은 총사업비 조정 등을 명목으로 2023년이 되면 15억7700으로 감액된 뒤 여전히 보류 중이다.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 900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들여 지은 국제방송센터를 강원도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국가문헌보존관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

이밖에 2024년 예산안에서 외부환경개선사업, 보일러교체 공사비, 서고자동화 사업 등이 감액됐다. 2025년도에는 디지털관, 노후기계시설공사비 등 시설비가 삭감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사, 시설 등에서 예산이 줄어들었지만 도서관 운영 등은 고정경비인 만큼 매년 평이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도서관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국립중앙도서관이 1945년 개관된 이래 최초로 2년 간의 관장 공석 사태를 맞고, 올해 출판 사업 지원 관련 예산 45억원 및 국민독서문화 확산 예산 60억원 삭감 등 윤석열 정부의 독서 문화 홀대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도서관은 독서의 장을 넘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게 가져가려는 평생교육의 장인 만큼, 더욱 많은 예산을 투입해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현재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퇴임 이후에 삶의 질을 영위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며 "'한강 열풍' 또한 반짝 도서열풍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게 가져가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서관은 독서뿐 아니라 좋은 강의들과 관련 세미나 등이 열리는 장이었는데, 지자체 등에서도 관련 예산을 줄이면서 이런 프로그램들이 줄어들고 있다"며 "국민들이 문화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평생교육 역할을 하는 도서관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많은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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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