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눈 지샌 지역민들…동 트자 '5·18최후항전' 민주광장 결집
"전두환 망령" 오월단체 격분…노동·법조계도 "尹책임, 투쟁"
광주시장·전남지사, 지방의회도 일제히 규탄·시국선언 행렬
1987년 민주화 이후 사상 초유의 비상 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후폭풍이 거세게 일며 광주·전남 각계각층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여론이 터져 나왔다.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물론이고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단체, 광주시장·전남도지사부터 지방 정가까지 한목소리로 '위헌적 계엄', '헌정 파괴', '내란 사태' 등으로 규정하며 성난 민심을 드러냈다.
◆뜬눈 지샌 지역민들…동 트자 5·18광장으로
윤 대통령의 기습 비상계엄 포고에 계엄군의 국회 진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까지. 밤사이 6시간여만에 끝난 '계엄 파문'을 지켜본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샜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정국을 지켜보던 광주시민 40여 명은 4일 새벽 "일단 모이자"며 5·18 당시 시민군 최후 항전지인 5·18민주광장에 모이기도 했다.
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는 이날 오전 민주광장에서 '헌정 유린,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구속 촉구 광주시민비상시국대회'를 열었다.
시국대회에는 각계각층 시민 400여 명이 참여, 윤 대통령의 '내란 시도'에 대해 탄핵 추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그가 꿈꾸었던 것은 독재자 전두환의 재림이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뿌리 뽑아야 한다. 성공한 쿠데타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며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광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전국 22개 경실련과 연대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즉각 사퇴와 함께 계엄 공모자들을 내란죄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지역 150여개 장애인 단체도 휠체어를 이끌고 나와 정권 퇴진 요구 시국 선언을 했다.
광주·목포·해남·순천·광양·여수YMCA(기독청년회)도 "국회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총을 겨눈 윤석열 대통령을 즉각 탄핵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목포와 여수, 광양 지역 시민사회도 각기 시국기자회견을 열어 비상 계엄 위헌성을 지적하며 대통령 퇴진 요구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전두환 부활이냐' 5·18유공자 격분…노동·법조계도 "尹 책임"
44년 전 계엄군의 군홧발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5·18 유공자단체들도 "전두환의 망령을 깨웠다"며 격앙했다.
5·18유공자 3단체와 기념재단은 공동 성명을 통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계엄이 해제됐다 하더라도 윤 대통령과 가담 인사들의 내란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대통령이 더 이상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없음이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성토했다.
"44년 전인 1980년 오월 광주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불법적인 비상계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고 싸울 것이다"고 역설했다.
김공휴 5·18부상자회 총무국장은 "어렵게 일궈낸 민주주의가 군홧발에 또다시 짓밟히는 무서운 상상을 했다. 계엄군을 동원한 국회 동원 시도는 흡사 돌아온 전두환의 망령을 보는 것 같았다"며 아픈 기억을 끄집어 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도 각각 "민주주의를 파괴한 내란범 윤 대통령을 즉각 체포·구속하라", "민주공화국의 대통령 자격을 상실한 윤 대통령을 한시도 인정할 수 없다" 등의 격한 반응을 내놨다.
지역 법조계도 들끓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헌정 질서 파괴 행위임을 선언한다. 윤 대통령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했다. 광주지방변호사회도 계엄 사태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지역 86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시국회의를 갖고 민변을 비롯해 종교계·학계까지 각계각층을 아우르는 대대적인 정권 퇴진 운동을 결의했다.
각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후 7시부터는 5·18민주광장에서 '광주시민 총궐기대회'를 열어 대정부 투쟁 의지를 다진다.
◆광주시장·전남도지사, 지방의회도 줄줄이 규탄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도 더불어민주당 다른 광역단체장들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은 헌정 질서 파괴의 책임을 지고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앞서 오전 민주광장 시민대성회에도 참석해 "1980년 5월의 아픔을 경험한 광주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상황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사는 일본 순방 계획을 취소한 직후 긴급 입장문을 통해 "민주주의가 참혹했던 1980년 이전인 군사정권 시절로 후퇴한 것으로, 수십 년간 쌓아온 국격을 한 순간에 무너뜨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광주시·전남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과 진보당·정의당 의원들도 공동 성명을 내 "불법 계엄령 선포와 국회 기능 무력화 행위에도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으로 국민을 위협한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전남 각 시·군의회도 위법적인 계엄령 선포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헌정 질서를 유린한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주시·목포시·함평군·보성군·장흥군·무안군의회는 연이어 성명을 냈다.
광주 5개 자치구 의회는 별도 성명서 발표 없이 민주당 주최 국회 앞에서 열리는 '비상계엄 규탄 집회' 참석을 위해 곧장 상경했다.
이에 따라 시의회와 도의회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잠정 연기했다. 대다수 기초의회 역시 행정사무감사 등 의사일정을 미뤘다.
지역 각 정당도 가세했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비상계엄은 내란죄, 국가반란죄이고 국민을 겁박한 명백한 정치쿠데타로 규정한다"고 했다.
정의당 광주시당도 성명을 통해 "이번 계엄은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를 통해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만들려고 했던 명백한 국헌 문란행위다"며 핵심 가담자 엄벌을 강조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등 야6당 의원 191명 전원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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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