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충북 뱀 지명 읍·면 곳곳에

긴 고개·산등성이 뱀 머리·꼬리 닮아
옥천 대사리·소사리, 제천 배미산 등

2025년 을사년(乙巳年) 푸른 뱀의 해가 밝았다. 십이지(十二支) 중에서 뱀만큼 이중적 이미지를 가진 동물도 없다.

서양에선 사탄, 유혹의 상징 등 부정적인 동물로 여겨지나 동양에선 신성함과 재생의 상징, 다산과 풍요를 주는 존재로 인식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혜와 번영을 상징하기도 한다.

뱀의 신비하고 때론 모순적인 아름다움이 국토 지명에 반영한 사례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충북 옥천군 청성면 대사리(大巳里)와 소사리(小巳里)는 뱀 꼬리와 같이 긴 마을 앞산의 모습을 따 붙여진 지명으로 전해진다.

산등성이가 큰 마을은 대사리, 작은 마을은 소사리로 불렸는데 실제 마을 규모는 소사리가 더 크다.

각각 '큰 뱀티', '작은 뱀티'를 한자화한 것이란 말도 있다. 뱀티는 '뱀처럼 긴 고개'를 뜻하는 말이다. 뱀이 많아 마을 지명에 뱀사(巳)자가 붙었다는 말도 구전되지만 근거없는 얘기다.

소사리는 1914년 행정구역 개편 후 소서리(小西里)로 지명이 바뀌었다. 예전 이름인 소사리(小巳里)의 소(小)자와 서평리(西坪)의 서(西)자를 한 글자씩 취해 부르다가 현 지명이 됐다.

소사리는 과거 풍요롭고, 훌륭한 인물 배출도 많았던 곳이라 전해진다. 1894년 9월18일 최시형 동학교주가 전국 동학군에게 기포령을 내린 역사적인 곳이기도 하다.


충청, 경상, 전남에서 부르는 '뱀'의 방언 '배얌'은 지역마다 다양한 형태로 녹아있다. 뱀골이 '비암골', '배암골' 등으로 변형돼 불리기도 했다.

충북 영동군 용산면 금곡리와 소서리를 잇는 고갯길은 예로부터 '뱀티골', '비얌테골'로 불렸다.

제천시 수산면 내리와 오티리, 덕산면 성암리에 걸쳐 있는 배미산(培美山)도 뱀과 연관된 곳으로 전해진다.

본래 이름은 백야산(白夜山)인데 산의 형상이 뱀의 머리와 긴 꼬리의 모습과 비슷해 배미산이란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향하는 능선은 전형적인 뱀 형상을 띠고 있다. 높은 쪽은 뱀의 머리, 능선을 따라 점차 낮아지는 부분을 꼬리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야미산(夜味山), 배모산(拜母山) 등이 있다.

괴산군 문광면과 청천면 경계에 자리 잡은 배미산(倍媚山)도 같은 이유로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음성군 생극면 생리와 청주시 흥덕구 강서동에도 '뱀산'이라 불리는 작은 산이 있다.

청주시에는 청원구 외남동과 흥덕구 상신동 2곳에 '뱅깔'이라 불리는 작은 마을이 있다. 골짜기가 긴 뱀의 모습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향토 사학자들은 뱀골의 뱀이 '뱅'으로 변화한 것으로 추정한다.

충북 지역에 '뱀골' 지명을 쓴 마을은 유난히 많다. 주로 골짜기에 붙어있는 마을에 붙는다.

제천시 봉양읍 공전리, 영동군 용화면 용강리, 단양군 매포읍 상시리, 보은군 보은읍 학림리, 제천시 금성면 사곡리 등 30여 곳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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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취재본부장 / 김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