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훈 교수, 정치적 불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미국산 쇠고기 사태 등 정치 불안 이후 생산·고용 위축
12월 KDI 경제불확실성지수(EPU) 2013년來 최고치
"朴 탄핵정국 수준에도 성장률 0.4~1.0%p 하락 가능"
"정치 불확실성 신속히 해소되면 경제 충격 덜할 것"
12·3 비상계엄 이후 대통령 탄핵 심판과 내란죄 수사 진행 과정에서 변수가 돌출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실물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수준의 불확실성 만으로도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p)에서 1.0%p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20일 더불어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정책조정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탄핵이 경제다' 정책 토론회에서 과거 발생했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2000년대 이후 수개월 이상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됐던 사례는 ▲최순실 사태 및 박 전 대통령 탄핵(2016년 11~3월) ▲미국 수입 쇠고기 사태(2008년 4~6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파동(2004년 3~5월) ▲김대중 전 대통령 장남 비리 사건(2002년 6~12월) 등이 있었다.
이런 사건들은 사회 갈등을 유발해 생산·고용 위축을 유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생산지수 상승률은 사태 이전에 비해 평균 2.8%p 하락했고, 취업자수 증가율은 0.2%p 떨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이번 탄핵 정국은 과거 사건들보다 훨씬 큰 정치적 불확실성을 유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매월 발표하는 경제불확실성지수(EPU index)를 보면 지난해 12월 지수는 523.99를 기록해 집계가 시작된 2013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EPU는 언론 보도의 텍스트 데이터를 분석해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 정도를 파악하는데, 국정농단 사태(218.7), 일본 수출 규제(299.87),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246.41) 등 정치·경제적 불안감과 사회적 갈등을 키우는 이슈가 발생했을 때 급등하는 경향이 있다.
강 교수는 EPU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수준 정도까지만 높아지더라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p에서 1.0%p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기획재정부(1.8%)와 한국은행(1.9%)의 전망치를 하회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강 교수는 "EPU 측정은 다양하게 이뤄지는데 일부 지수에서는 박근혜 탄핵 때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실물경제에 더 큰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불확실성이 신속하게 해소되면 실물경제 충격은 추정치를 하회할 수 있지만, 탄핵이 지연될 경우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유발할 수 있는 경제 주체들의 심리 위축과 내수 침체를 막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적극적인 재정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태호 민주당 의원 등 야당 소속 기재위원들은 토론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 사태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됐다.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 전월 대비 12.3p 급락한 88.4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0월 이후 최대 폭 하락세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침체된 민생경제를 회복하고 잠재성장률 이하로 떨어진 성장률 하락을 감안하면 최소 30조원 이상 추경이 필요하다"며 "추경으로 민간 소비를 진작시키고 지역화폐 발행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미래 투자를 늘리고 줄어드는 청년 일자리 지원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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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