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1 대화 욕설은 공연성 없어 죄 성립 안된다"며 욕설
성(性)적 내용 포함돼, 성폭력 처벌법으로 벌금 200만원
단둘이 문자 메시지로 대화할 때는 '공연성'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만 믿고 중고 거래 상대방에게 욕설을 쏟아낸 사람을 정신 차리도록 '참교육'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4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중고나라 네고 안 해준다고 욕쟁이 참교육'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작성자 A씨는 중고거래 상대방 B씨와의 대화 내역과 검찰 처분 내역 조회 화면의 캡처 사진을 첨부했다.
A씨는 약 3개월 전, 중고거래 사이트에 주유권 두 장을 판매하는 글을 올렸다. 이때 판매가는 총 9만 6000원이었다고 한다. 그러자 B씨가 문제 메시지로 장당 4만 7000원에 구입할 수는 없는지, 값을 깎는 이른바 '네고'를 요청해 왔다. 대신 B씨는 자신이 한 달에 기름값으로만 50만원어치의 비용을 쓴다며 앞으로 자주 거래하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차에 보안카드가 있다며 "지금 송금이 바로 안되는 점, 양해부탁드린다"고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던 B씨는 A씨가 값을 깎아주지 않자 돌변했다.
A씨는 중고거래 사이트에 자신이 올린 판매 글을 재차 확인해 그 가격으로 판매하겠다고 했고 B씨는 돌연 "4만 7500원에 팔아도 남는 거 안다"며 "주유권 시장 구조를 잘 알고 있다"고 말꼬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에 A씨는 차단하겠다고 하며 다른 사람에게 사라고 말했고, 이때부터 B씨의 욕설이 시작됐다. 이에 A씨가 문자 내역을 캡처해서 신고하겠다고 답하자 B씨는 "1대 1 대화 욕설은 공연성이 없어서 죄가 성립 안 된다"고 자신만만하게 받아치고는 욕설을 계속했다.
B씨의 말대로 형법 제311조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해야 성립한다. 따라서 문자 메시지로 단둘이 대화하는 경우, 그 상황을 듣거나 보는 이가 없어서 처벌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B씨는 여기에서 한 가지 실수를 했다.
이어서 보낸 욕설에 성(性)적인 내용이 담긴 것이다. 정확히는, A씨의 부모님을 들먹이며 성적인 욕설을 쏟아냈다. 이에 A씨는 경찰서를 방문해 문자 캡처본과 같은 증거 자료를 제출하고 고소를 진행했다고 한다.
이후 3개월이 지나고 A씨는 검찰청 사건 조회를 통해 고소한 내용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지난 23일 B씨에게는 200만원의 구약식 처분이 내려졌고, 죄명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이었다.
성폭력 처벌법 제13조는 통신 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A씨는 "중요한 건, 눈에 안 보인다고 선 넘는 욕을 하는 쓰레기 짓을 하면 안 된다"며 참교육 후기 글을 마무리했다.
다만 구약식 명령은 형사소송법 제456조에 따라 정식 재판에 의한 판결이 나오면 효력을 잃는다. 따라서 B씨가 이에 불복해 7일 이내에 서면을 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할 경우, 공판 절차가 진행되고 최종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한편, 같은 법 제457에 2는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 약식명령의 형보다 무거운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므로 정식 재판에 가더라도 B씨에게 내려진 처분이 징역 등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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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김 호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