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發 검사장 승진…"전례도 없고, 명분도 없고" 시끌

현 정부 임기 마지막 '검사장 인사' 단행될까
최근 5개 정권, 새정부 출범하기 전 전례 없어
수정관실 폐지 등 조직개편과는 관련성 낮아
'필수 보직기간', '검사장 축소' 원칙에도 반해
"현 상황 유지해야…보은해주려는 것 아닌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현 정부 임기 마지막 검사장 인사를 단행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선 명분이 없는 인사라는 등의 비판이 나온다. 최근 5개 정권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 검사장 승진 인사를 낸 적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올해 단행될 조직개편 역시 일선 검사를 상대로 한 것일 뿐 검사장 보직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박 장관이 다른 의도를 갖고 검사장 승진 인사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조만간 검사장 인사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지난달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대검검사급 인사를 하고 싶다. 검사장급 자리가 2개 비어있는데 중대재해 관련 전문성을 갖고 있으면서 관심이 높은 자원을 뽑아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검사장 승진이 유력한 대상은 사법연수원 28기부터 30기까지다. 지난해 6월 인사에선 27기 1명, 28기 5명, 29기 4명이 각각 검사장으로 승진됐다.

통상 승진 인사를 앞두고 법무부 검찰국이 인사검증 동의서 등의 제출을 요구하는데, 이번에 새롭게 승진될 가능성이 높은 30기에 대해선 지난해 이미 검사장 승진을 위한 동의서 제출 요구가 있었다고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별도로 동의서 제출을 요구하지 않고 곧바로 후보군을 추린 뒤 승진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시기는 이달 중순~말 안에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장관이 오는 15일까지 독일 출장이 예정돼 있는데, 자리를 비운 기간 동안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려 승진 대상자를 추린 뒤 귀국 후 곧바로 검사장 인사를 낼 수도 있다. 2월 초에는 평검사들에 대한 정기인사가 진행되는 만큼 그 전에 검사장 인사가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5개 정권서 새 정부 출범 직전 '검사장 승진' 인사는 無

만약 이번에 인사가 이뤄진다면 문재인정부 임기 내 단행되는 마지막 검사장 인사인데,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적절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1996년 출범한 김영삼정부 이후 5개 정부에서 임기 말에 검사장 승진 인사를 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김대중정부는 임기 종료 약 100일을 앞두고 법무부 차관을 검찰총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내긴 했다. 그런데 이는 당시 동반사퇴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공석을 채우기 위한 임시 인사에 가까웠다. 당시 서울지검에서 피의자 구타사망사건이 발생하자 장관과 총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다.

노무현정부 때에도 전임 검찰총장이 임기만료로 물러나면서 새 검찰총장의 임명과 동시에 고검장급에서 일부 인사이동만 있었을 뿐이다. 이명박정부 시기에는 검찰총장이 일선 검사들과 갈등을 빚어 사퇴하면서, 대검찰청 간부들에 대한 전보 인사만 이뤄졌다.


◆수정관실 폐지 등 검찰 내 '조직개편' 영향은 제한적일 듯

올해 예정된 검찰 내 조직개편은 검사장 승진 인사에 영향을 주기 힘들다는 평가도 나온다.

폐지가 유력한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은 반부패·강력부가 그 기능을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차장 또는 부장검사급 직책이 줄어들 순 있으나 검사장급 보직이 생기는 건 아니다.

일선 검찰청 내 조직개편도 검사장 보직과는 관련이 없다.

수원지검 안양지청과 평택지청에는 관할 지역 내 사건이 많아 각각 1개 부가 신설된다. 각 부장검사 1명, 평검사 5~9명만 배치될 전망이다. 오는 3월 문을 여는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은 개청 준비단장을 맡고 있는 구승모 법무연수원 교수가 지청장으로 부임할 가능성이 높고, 휘하에 2명의 부장검사를 둘 예정이다.

◆고검 차장 비운다는 원칙 역행…"보은인사" 비판

검찰 인사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예규는 고검검사급 검사의 필수 보직기간을 1년으로 규정한다. 현재 검사장 승진으로 물망에 오르는 이들 모두 지난해 7월 부임해 아직 필수 보직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이들이 이번에 검사장으로 승진되면 다른 검찰청에 있는 검사들이 대신 그 자리에 임명되면서 조직 내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이 언급한 고검 차장검사 자리는 현 정부가 세운 인사원칙상 공석으로 두는 게 맞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 정부는 임기 초부터 검사장의 수를 줄인다는 원칙 아래 일부 고검 차장검사에 발령을 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박 장관이 다른 의도를 갖고 검사장 인사를 단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방의 한 검사는 "지금 진행 중인 조직개편은 검사장 보직과 전혀 관련이 없고, 오히려 필수 보직기간을 감안하면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게 맞다"며 "정권이 교체되기 전 자기 사람을 심고 나가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검사는 "사법연수원 30기에서 보은(인사를) 해주려고 할 것"이라며 "부담이 있어도 보은은 해주려고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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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