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소재 불명... "살아만 있어달라" 밤샘 뜬 눈 가족들, 피 말리는 기다림

한파 속 기나긴 밤 지새며 수색 재개 소식 기다려

"뭔 난리여, 시방 다들 뭣들 하는 거냐고…."

"살아만 계셨으면 하는 마음 뿐…."

12일 오전 7시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아파트 외벽 붕괴 현장에는 소재 불명 작업자 가족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대부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채 외투만 갖춰 입은 채 부랴부랴 나온 기색이 역력했다. 전날 현장 주변에 가족들을 위한 임시 천막에서 밤을 꼬박 새운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파 속에서도 가족들은 한시도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현장 안전과 원활한 구조 작업을 위해 설치한 출입 통제선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경찰·소방관에게 넋두리를 늘어놓기도 했다.

아직 건물 안에 있는 50대 아버지를 기다리는 20대 후반 A씨 자매는 "임시 천막에서 한 숨도 못 잤다. 소방 당국에서 마련한 인근 모텔에 임시 거처가 있었지만 차마 발길이 안 떨어졌다"며 "아버지가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는 마음 뿐이다"고 말했다. 한참을 사고 아파트를 바라보던 자매는 수색·구조 작업이 언제 시작되는지 취재진에게 거듭 물어봤다.

사고 현장에서 아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80대 B씨는 "소방 당국이 어서 구조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회의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제발 살아 있어달라"며 하염 없는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의 생환을 기다리는 한 20대 남성은 "날이 밝아지면 바로 회의를 마치고 구조 작업을 하는 줄 알았다. 오후 8시가 넘도록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다. 빨리 구조해달라"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여동생 남편을 기다리는 70대 여성은 울분을 삭이지 못한 채 "저기 내 식구가 파묻혀 있을텐데 어째 안 구하느냐. 회사는 뭘 했길래 안전하지도 않은 곳에서 일을 시키느냐"고 연신 외쳤다.


추가 붕괴 위험 탓에 급히 몸만 빠져나온 인근 상가 상인들도 동 트기 전부터 현장을 찾았다.

통행 제한구역 내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이모(60)씨는 "대피령 때문에 북구 삼각동 소재 자녀집에서 자고 나왔다. 밤샘 정전으로 가게 안에 식자재가 다 상했을까 걱정돼 일어나자마자 나왔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내와 아들은 출입 통제선에 서 있던 경찰에 사정을 이야기했다. 경찰관 1명이 동행하는 조건으로 부랴부랴 살림살이를 챙겨 나왔다.

한편, 전날 오후 3시 46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201동(완공 시 39층 규모) 23~34층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대피·구조자를 제외한 공정 작업자 6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광주 도심 고층 아파트 신축 현장 외벽 붕괴로 작업자 6명의 소재가 불명확한 가운데 소방 당국이 사고 2일차 수색·구조 작업 여부를 판단하고자 현장 안전을 다시 점검한다.

소방 당국은 건물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위해 설치한 140m 가량 높이의 대형 타워 크레인이 붕괴 충격으로 파손, 추가 붕괴 위험이 높다고 봤다.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8시부터 광주시장 주재 사고 현장 구조 대책 회의를 거쳐 수색·구조대 진입 여부와 시기, 접근 범위 등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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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