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보름 전인데…할 말 없어진 건설업계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HDC현산 향하는 비난
법 완화 주장한 건설업계, 사고 되풀이에 난처
"입이 있어도 처벌 과하다 말할 처지 아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불과 보름여 앞두고 광주 신축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법이 모호하고 처벌이 과하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는데, 이번 사고로 이 같은 의견을 외부에 전달하기가 머쓱한 상황이 됐다.



12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시공 중인 '광주 화정 아이파크' 주상복합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작업자 1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고, 6명은 실종된 상태다.

지난해에도 HDC현산의 광주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동구 학동 재개발 철거 작업 중 건물이 붕괴해 17명의 사상자가 났다. 당시 정몽규 HDC현산 회장이 사고 현장을 방문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약속했지만 7개월 만에 다시 대형 사고가 터진 것이다.

중대재해법 시행일인 27일을 불과 보름 가량 앞둔 시점이라 건설업계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가까스로 중대재해법 적용을 피했지만 같은 지역에서 두 번이나 사고가 발생하면서 HDC현산에 향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게 중대처벌법의 핵심 골자다. 이를 두고 산업계에서는 중대재해의 유형과 경영책임자 범위 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해 왔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이날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기업인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너무 많아 기업인들이 높은 형사법적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을 보완하지 않는다면 많은 기업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리게 될 형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건설현장에서 다시금 인명피해가 나면서 중대재해법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업계의 명분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내부에서도 나온다. 중대재해법 완화는커녕 법의 존재 이유에 더 힘을 실어준 게 됐다는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해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처벌 수위가 더 강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며 "이제는 법에 대해 뭐라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니 업계 전체에 악재"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자는 취지에는 다들 공감을 하지만 구체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명확하게 짚어달라는 요구를 (그동안) 했던 것"이라며 "당사자 입장에서는 처벌이 과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제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처지가 아니게 됐다"라고 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주외전남 / 손순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