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형편 때문에…생이별한 모자 44년 만에 극적 상봉

8살 때 서울서 실종된 뒤 전주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서 생활
영광경찰, 70대 어머니 사연 접하고 아들찾기 나서
어머니 "아들 잃어버린 죄책감 많았지만, 이렇게 만나 다행"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44년 전 헤어진 어머니와 아들이 경찰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상봉했다.



20일 전남 영광경찰서와 전북 전주완산경찰서에 따르면 A(50)씨는 이날 오후 전남 영광경찰서에서 44년 전 헤어진 어머니 B(71·여)씨와 '눈물의 만남'을 가졌다.

모자의 안타까운 사연은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씨는 어려운 집안 형편때문에 당시 8살이던 아들 A씨를 서울에 사는 고모집으로 보냈다.

그러나 고모집으로 보내진 A씨는 몇개월 만에 실종되고 말았다.

잃어버린 아들을 찾기 위한 가족들의 노력은 수십 년 동안 계속됐다. A씨의 행적을 찾기 위해 미아신고를 한 뒤 주변 보호시설을 샅샅이 뒤지는 등 백방으로 수소문하며 발품을 팔았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당시 실종된 A씨는 여러 경로를 거쳐 아동시설로 보내졌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자신의 이름도, 나이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바뀐 이름을 가지고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경찰청이 장기실종자 발견을 위해 2004년부터 시행한 '유전자 분석 제도'가 B씨에게 실마리가 됐다.

2004년 유전자 분석 제도가 도입될 당시 전주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던 A씨는 일찌감치 유전자 등록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가족의 유전자 정보는 없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만 갔다.

세월이 흘러 서울에서 잃어버린 아들을 찾지 못한 채 영광으로 이사한 B씨는 지난해 11월 '내가 죽기 전에 아들을 찾고 싶다'며 영광경찰서를 찾았다.

영광경찰은 B씨로부터 채취한 유전자(DNA)를 이용, 관련 아동기관에 보냈다. 얼마 뒤 낭보가 날아들었다. 일치하는 DNA가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국과수를 통한 2차 검사와 함께 A씨와 B씨가 모자 사이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그리고 이날 만남을 주선했다.

최종 친자 확인 절차를 거쳐 이날 꿈에 그리던 아들을 만난 B씨는 "44년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을 찾게 돼 정말 기쁘고 꿈만 같다"며 "아들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많았지만, 이렇게 다시 만나게 돼 다행"이라며 경찰에게 거듭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강기현 영광경찰서장은 "생사를 모르던 모자가 극적으로 상봉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며 "관계 기관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실종자가 빠른 시일 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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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본부장 / 장우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