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미흡 지적…"고위험군 분류 중요"
"권역별 응급환자 이송체계 서둘러야"
"재택치료 개편으로 보건소 인력 충원"
10일부터 고령자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관리군은 7일간 스스로 몸 상태를 살피는 '셀프 관리'가 시작됐다.
그러나 방역체계가 큰 폭으로 바뀐 데 비해 의료 현장이나 일반 국민들 모두 제대로 숙지되지 않은 만큼 당분간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게 됐다.
11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반관리군 코로나19 환자들이 방치되지 않으려면 보건소·의료진과 상시 원활하게 연결할 수 있도록 하고, 권역 단위의 치밀한 의료·응급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가 연일 급증하자 정부는 검사와 역학조사, 치료 등을 모두 고위험군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방역체계를 전환했다.
지난 3일부터는 고령자와 밀접접촉자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실시하고, 7일부터는 역학조사를 자기기입식으로 바꿨다. 자가격리 앱(APP)을 통한 GPS 추적은 중단됐다.
지난 10일부터 재택치료를 고위험군에 집중하는 체계가 가동됐다. 60세 이상 고위험군 등 '집중관리군'을 중심으로 건강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일반관리군은 정기 모니터링 없이 필요 시 의료기관 전화 상담과 처방을 중심으로 관리한다.
일반관리군은 집중관리군과 달리 정기 모니터링이 없으며, 체온계나 산소포화도 측정기, 먹는 치료제(경구치료제) 등을 지급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셀프 관리'가 사실상 방치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일반관리군은 격리 기간 스스로 시중의 해열제나 감기약 등을 복용하고 몸 상태를 관리하다가 호흡곤란이나 72시간 동안 고열이 지속되면 동네 병·의원에 스스로 연락해 비대면 진료(전화 상담)를 받거나 응급 상황에 119 구급차량을 호출해야 한다. 1인 가구 등의 경우 건강 상태가 갑자기 악화돼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지난 8일 확진 후 재택치료 중인 40대 남성 A씨(인천)는 "확진 후 보건소와 연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면서 "재택치료키트는 받았지만 재택치료 3일이나 지난 후 받아, 본격적으로 고위험군 위주 재택치료가 시작되면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8세 자녀의 확진 후 자택에서 격리 중인 30대 여성 B씨(부산)는 "어린 아이가 증상이 있을 때 제대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을지, 가족 중에 또 다른 확진자가 나오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걱정이 된다"면서 "소아과 등 병·의원들이 준비 부족으로 전화를 돌린다는 얘기가 있는데, 필요할 때 바로 전화 진료가 가능하길 바랄 뿐"이라고 걱정했다.
확진자 병상 배정 및 재택치료 집중관리군·일반관리군 분류를 맡게 될 보건소도 인력 부족으로 인해 한계에 다다랐다.
경기도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18~26일 도내 보건소 인력 5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도 코로나19 심리방역을 위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 보건소 코로나19 대응 인력 10명 중 7명은 "현재 보건소 인력 규모로는 코로나19 장기화 대응은 어렵다"고 답했다.
이달 말 최대 하루 17만7000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만큼 병·의원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진료체계가 서둘러 안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는 "정부는 대다수 동네 병·의원이 코로나19 진료 상담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병상 또는 재택치료 집중관리군 분류 초반에 기저질환이나 수술력, 접종력이 있는지 섬세하게 살펴서 고위험군인지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허탁 전남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중앙정부의 노력은 이제 한계에 달했다고 본다"면서 "지역에 따라 의료자원과 확진자 수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권역별로 응급 환자 발생에 대응하는 등 각 지역이 책임질 수 있는 대응체계를 빠르게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하루 21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와도 재택치료를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동네 병·의원에 대해서도 가급적 모든 의료기관이 코로나19 전화상담 및 처방에 참여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오히려 방역 및 재택치료가 개편되면 재택치료키트 배송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을 보건소의 병상 배정 업무에 투입할 수 있어 부하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최종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재택치료반장은 "보건소가 여러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 약 배송 등에서도 부담을 많이 완화하려고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면 부하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서 "자가격리 앱 관리 등을 맡고 있던 인력도 보건소로 돌려 인력이 추가될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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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종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