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 모두 탈출한 아프간…우크라 교민 50명 잔류 고수

15일 현재 교민 197명, 16일 170명 될 듯
교민 50명 잔류 의사…강제할 권한 없어
軍수송기 준비했지만 활용 여부 불투명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에도 한국인 50여명이 한국 정부의 탈출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잔류 의사를 밝히고 있다. 교민이 전원 탈출했던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사태와는 분위기가 달라 보인다.



외교부는 지난 13일부터 우크라이나 여행을 금지하고 현지 교민들에게 즉시 대피·철수를 권고하고 있다. 15일 현재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한국인은 외교 공관원을 포함해 197명이다. 영주권자를 포함한 자영업자가 80여명, 선교사가 60여명이다. 체류 인원은 오는 16일에는 170여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잔류 의사를 표명한 사람은 영주권자 등 50여명이다. 외교부는 전세기를 띄워 이웃나라로 대피하게 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이들 50여명은 생계 등을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이들 50여명에게 대피를 강요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한국 여권으로 우크라이나에 들어가려는 여행객의 경우 여권법을 근거로 처벌할 수 있지만, 현지에서 거주하며 생계를 꾸리는 이들에게는 대피를 강제할 권한이 없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이들 50여명을 대상으로 설득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들이 전세기를 거부할 경우에 대비해 육로를 이용한 대피 방법을 마련해뒀다.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은 오는 18일까지 매일 1회 키예프발 르비브행 임차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르비브는 우크라이나 서쪽 끝에 있는 지역으로 폴란드 국경 근처다.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교민들이 폴란드나 루마니아 등으로 빠져나갈 수 있게 돕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사태 당시와는 차이가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재집권해 외국인과 여성 등을 탄압할 가능성이 커지자 현지 교민들은 1명을 제외하고 전세기 편에 모두 중동 제3국으로 대피했다. 생업이 있던 이 교민 1명도 마음을 바꿔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대피한 바 있다.


게다가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사태 당시 우리 교민은 물론 아프간 국적 특별기여자 380여명까지 대피시켰다. 특별기여자 대피에는 한국 공군 수송기가 동원됐다.

정부는 이번에도 군 수송기를 교민 대피에 활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우크라이나 잔류 교민들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외교부 당국자는 15일 "군 수송기 관련해서 만반의 준비는 갖춰놓고 있는데 즉시로 수송기를 투입한다는 그런 계획은 공유드릴 수 있는 것은 없다"며 "다만 만반의 조치, 계획이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당국자 역시 "외교부에서 수송기 요청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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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부장 / 염선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