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245억 횡령…사측 자백 받아 고소
거래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거래정지
연이은 정지에 푸념 "사기판", "횡령이 유행"
"처벌 수위 높여야", "즉시 공시했어야" 비판
코스피 상장사 계양전기가 240억원대 횡령으로 거래정지 되자 투자자들은 "또 횡령이냐"며 분개했다. 신라젠과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이 매듭되기도 전 연이어 터지자 "처벌 수위가 약해서 벌어진 일",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질까 걱정" 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계양전기는 당사 재무팀 직원 김모씨가 245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발견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지난 15일 공시했다.
횡령금액은 계양전기 자기자본(1926억원)의 12.7%에 해당한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계양전기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다며 16일 거래정지를 조치했다. 향후 15영업일(오는 3월10일) 이내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 여부가 결정된다.
회사감사인 삼일회계법인이 회계자료 요구에 압박을 받아 자백하면서 밝혀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채권채무조회서 작성을 위해 회사 측에 채권, 채무관계에 있는 회사의 명단과 금액을 요구했는데, 20여 일 동안 회사 명단 등을 보내지 않자 이를 회사에 횡령 관련 내용으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회계법인에서 횡령 사실을 발견하자 이를 고소하고, 주주 및 투자자에게 즉시 사과했지만 불만이 높다. 앞서 신라젠과 오스템임플란트가 같은 이유로 상장폐지 위기를 앞둔 상황임에도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는 "국내 주식판은 점차 사기판이 되어가는 것 같다", "요즘 횡령이 유행이냐, 여기저기 거래정지라니", "이래서 국내 주식은 안 하는 게 답, 결국 피 보는 건 개미들", "이것도 회사가 짜고치는 고스톱 아닌가"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하필 거래정지가 된 이날 우크라이나-러시아 긴장 완화에 국내 증시가 반등하자, 손실된 투자금을 만회할 기회를 놓친 주주들의 불만은 더욱 크다. "오늘 주가 회복을 기대했는데 하필", "실적 좋으면 뭐하나, 횡령 한 번 터지면 끝인 것을" 등의 푸념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횡령 사건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온라인 투자자 게시판에는 "횡령하고 사기 치기 쉬운 법 구조가 문제", "횡령 금액에 맞게 형량을 때려야 하는 것 아니냐. 240억원이 적은 돈도 아니고", "횡령한 회사는 10년 간 시장에서 퇴출하는 법안을 추진하라" 등의 글도 찾아볼 수 있다.
즉시 공시하지 않은 점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한 투자자는 "회계법인에서 자료 누락된 점을 발견한 점은 다행이지만, 이를 즉시 공시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며 "해당 직원을 압박해 자백을 받아내 고소한 뒤에서야 공시를 하는 바람에 투자자들이 판단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나 싶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수서경찰서는 계양전기 재무팀 직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전일 고소인을 불러 조사를 진행 중이며, 피고소인 조사와 공범 유무, 정확한 횡령 금액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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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