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가뭄 50년만에 최악 수준'…전국 산불까지 겹쳐 산림당국 '부심'

산림청, 16일 기준 전국서 148건의 크고 작은 산불 발생…전년대비 약 2배 규모
60.42㏊의 산림 소실되는 피해 집계
올해 산불 원인 실화 28건, 논밭두렁이나 쓰레기 소각 21건 순
경북도, 전남도, 울산시 등 식수·농업용수 확보 비상

올해 겨울가뭄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16일 경북 영덕 등지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 이틀만인 17일 오후 진화해 산림당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18일 산림청과 경북도 등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16일 기준 올해 전국에서 148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해 60.42㏊의 산림이 소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산림청과 경북도, 영덕군, 전남도 등은 농업용 반사필름이 전신주에 닿으면서 발생한 불꽃이 겨울 가뭄속에 산불의 주된 원인으로 추정하고 산불 진화와 예방조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산림당국은 올 겨울철 잦은 산불 발생을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고 정확한 발생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기상청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강수량은 2.6㎜로 평년(26.2㎜) 대비 10.8%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기상청은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된 1973년 이후 올해 1월 강수량이 최저치를 보였으며, 겨울 가뭄은 2월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상청과 산림청 등은 최근 산불 주의보를 발령하고 경북 영덕군 영덕읍 화천리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이 최대 풍속 12m의 강풍으로 되살아나 17일 오후 3시 기준 산림 155㏊를 태운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피해 면적은 축구장 면적(7140㎡)의 210개에 해당한다.

산림당국과 경북도 등은 이날 오전 강풍주의보가 해제돼 헬기 총 4대와 인력 2400여 명을 대거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여 오후에 주불을 완전히 잡았다. 하지만 진화율은 53%로 나타나 피해 면적은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올해와 같이 겨울가뭄이 심해 전국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50년만에 처음이며 산불 진화 후 자세한 원인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청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후 2월 17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148건으로 잠정 집계됐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81건에 비해 약 2배 규모에 해당한다.

특히 올해 산불은 가뭄이 심각한 영남지역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으며 경북은 33건(22.19㏊)으로 전체 산불 건수의 22.3%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 32건(21.5㏊), 경남에서 24건(15.5㏊)이 발생했다. 이 밖에 강원 14건(9.5㏊), 부산 9건(6.1㏊)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산불 원인을 분석하면 입산자 실화가 28건, 논밭두렁이나 쓰레기 소각이 21건, 담뱃불 실화 9건, 성모객 실화 6건, 건축물화재 13건, 작업장 실화 10건, 원인미상 29건 등으로 나타나 실화에 의한 산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편 산림당국은 경북 영덕에서 발생한 산불의 주불을 17일 오후 3시 현재 완전히 진화했나 인근 지역 산림의 약 150㏊ 이상이 소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산림청과 경북도 등에 따르면 이날 진화헬기 40대와 2276명의 인력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아울러 전날 오전 2시18분께 발생한 이 산불은 초속 10m 이상의 강한 바람을 타고 동쪽으로 번지면서 영덕주민 1285가구 2160명이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이날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산림 150㏊ 이상을 소실시킨 것으로 추정돼 이를 복구하는 사회적 비용이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기상청 등에 따르면 영남지역은 겨울가뭄으로 농작물 피해와 함께 생활용수 공급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경북 안동·영천 등은 1월 강수량이 0.0㎜로 기록될 정도다. 영천·의성 등에서 재배하는 양파는 3∼10%씩 말라 죽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도는 가뭄 피해 방지를 위해 용수 확보에 나섰다. 경남 역시 올해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으면서 배추, 양파, 마늘 시금치를 재배하는 창녕·남해·합천을 중심으로 한국농어촌공사가 살수차, 양수기 등을 투입해 농업용수를 공급 중이다.

전남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신안군에 따르면 최근 2개월 동안 섬지역 강수량은 평년 대비 13.4%로 지난해보다 무려 30% 감소했다. 극심한 겨울가뭄으로 신안군 관내 216개 저수지의 저수율은 58%에 불과한 실정이다.

신안군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심각한 저수율이 봄까지 이어지면 모내기 등의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 밖에 울산은 극심한 가뭄으로 자체 수자원 부족현상이 발생하자 낙동강 원수 공급을 확대했다.

울산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달 15일 현재 주요 식수댐의 저수율은 사연댐 7%, 대곡댐 10%, 회야댐 50%에 불과해 지난해 12월 하루 10만t 정도 공급하던 낙동강 원수를 하루 25만t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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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종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