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서 승승장구' 이규원 검사, 윤석열 당선되자 사의

'김학의 의혹' 재판·징계 도중 사의 밝혀
윤석열 당선날 제출된 사표…배경 의문
해외 연수 복귀 후 공정위 파견 가 논란
피고인 신분인데 비수사보직 발령 안돼
징계 확정 안돼…사표수리 여부 불투명

'김학의 위법 출국금지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규원(45·사법연수원 36기) 춘천지검 부부장검사가 돌연 사의를 밝혀 궁금증을 낳고 있다. 징계 청구와 기소에도 직을 내려놓지 않던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사표를 냈다.

이 부부장검사는 문재인 정부와 가까운 인사라는 평가가 있는 만큼, 차기 정부에서 직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부부장검사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사표가 당장 수리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부장검사는 전날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 부부장검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14년간 정든 검찰을 떠날 때가 온 것 같아 일신상 사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청주, 논산, 부천, 서울서부, 서울중앙, 대전, 춘천을 거치며 1만7775건, 1만4879명 사건을 처리했다"면서 "제가 기소된 '김학의 출국금지 등' 사건 하나만 미제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어 "봄이 오고 나라에도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는 것 같다"며 "검찰권은 조직 구성원들의 권한이기에 앞서 국민에 대한 무거운 책무다. 검찰은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 돼야 마땅한 중요한 조직이니, 부디 정의와 약자의 편에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그 소명에 걸맞은 곳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부부장검사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소속으로 근무하던 지난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막기 위해 허위 사건번호가 기재된 요청서를 접수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조사하면서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면담보고서를 사실과 다르게 작성하고, 이를 특정 언론에 유출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이 이 부부장검사를 두 번째 혐의로 재판에 넘긴 뒤 대검 감찰위원회는 그에 대해 정직 6개월의 징계를 의결했다.

이 부부장검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인사상 특혜를 입었다는 내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대검 진상조사단에 파견돼 김 전 차관 의혹을 조사한 뒤 곧바로 해외 연수를 떠났다. 당시 검찰에선 이 부부장검사의 '김학의 출국금지 의혹'을 들여다보려 했는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 관계자에게 이 부부장검사가 해외 연수를 갈 수 있도록 부탁했다는 의혹이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공소장에 등장한다.


해외 연수를 마친 뒤에는 곧바로 공정거래위원회에 파견을 가게 돼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해외 연수 이후에는 일선 검찰청에 근무하게 되는데, 곧바로 정부기관에 파견되는 것이 특혜가 아니냐는 취지였다.

지난 1월 인사에서 춘천지검으로 발령받았을 때도 논란이 불거졌다. 그간 법무부는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검사들을 비수사 보직으로 발령내곤 했는데, 이 부부장검사는 일선 청에 배치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이 부부장검사로서는 차기 정부에서 검사 생활을 원만하게 하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부부장검사는 자신의 SNS에 남긴 댓글에서 "많이 고민하다 저번주에 법무부 측에 오늘(10일) 사직서 제출한다고 알렸다"며 사의 표명을 미리 결정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 부부장검사가 곧바로 검찰을 떠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대검이 징계를 청구했으나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아직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징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사표가 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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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