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블랙리스트 수사'…'초긴장' 산업부 "올 게 왔다"

검찰, '산업부 블랙리스트' 전방위 압색
2019년 1월 고발 후 3년2개월 만에 수사
'환경부 블랙리스트' 닮은꼴 후폭풍 우려
공급망·원전 등 현안 대응에 차질 가능성

산업통상자원부가 정권 교체기 속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 암초에 부딪혔다. 압수수색과 검찰 조사 등이 이어지면 조직 내 사기 저하는 물론 산적한 현안 대응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검사 최형원)는 전날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에너지공단,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산업부 산하기관 4곳도 포함됐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 25일 산업부의 원전 관련 부사를 비롯해 기획조정실, 운영지원과, 혁신행정담당관실에서 디지털 자료 등을 압수수색한 지 사흘 만이다.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2018년 산업부가 해당 기관 임직원에 압력을 가해 중도 사퇴시켰다는 의혹과 관련이 있다.

지난 2019년 1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이인호 전 차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본격적인 수사는 3년 2개월 만에 이뤄진 셈이다.

당시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7년 9월 산업부 담당 국장이 발전사 사장들을 개별적으로 광화문 모 호텔로 불러 사표 제출을 종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과거 환경부도 닮은꼴 사건인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내홍을 앓았는데, 이전 정부 인사들의 사표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실형 선고를 받고 법정 구속됐다.

사건의 파장으로 환경부 내부적으로도 혼란이 가중되며 주요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조직 개편도 지연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수사도 뒤늦게 본격화된 가운데 산업부 내부에서는 당혹감을 넘어 '올 게 왔다'는 무거운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이번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산업부 조직은 물론 현 정부 하에서 이어온 에너지 정책에 대한 진정성도 의심받을 수 있어,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처럼 관련 공무원에 대한 수사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말 그대로 초긴장 상태라는 전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권 교체 과정에서 몸을 사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최근 들어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산업부가 마주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수사 전선이 넓어지면 현안 대응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코로나19 장기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전 세계 공급망 위기가 커지고 있다. 공급망 차질에 따른 국내 경제 파급 효과가 상당한 만큼, 주무 부처인 산업부가 이 같은 변화의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의 폭등을 관리하며 에너지 안보 확립에 나서는 것은 물론, 핵심 품목 공급망 전반의 안정을 꾀하며 '경제 안보'도 굳건히 해야 한다.

아울러 '통상 기능'을 두고 외교부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만큼 조직 재편 논의에서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서둘러야 하는 입장이다.

이 밖에 '탈원전'으로 요약되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의 재정립에도 골몰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노후 원전의 계속 운전 등이 포함된 새로운 에너지 정책 방향도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공무원은 "중요한 현안에 대응해야 하는 와중에 이런 상황이 불거져 여러모로 불안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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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