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n번방' 막는다…서울시, 디지털성범죄 피해 통합지원

'서울시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 개소
대응방안 몰라 고통받는 피해자 돕는다
긴급상담, 영상물 삭제, 소송 등 원스톱 지원

# A(20)씨는 채팅 앱을 통해 만난 B씨와 수개월 간 대화를 나누다 "얼굴이 보고 싶다"는 B씨의 요구에 자신의 사진을 보냈다. 이후 점차 수위를 높여 성적인 사진과 영상 등을 요구하자 A씨는 더 이상 사진을 보내줄 수 없다고 거부했고, B씨는 그동안 보낸 사진과 영상을 친구들과 SNS에 유포하겠다고 A씨를 협박했다. 결국 A씨는 경찰에 직접 신고했지만 법적 대응, 사진 삭제 요청 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아볼 길이 없어 막막하기만 했다.



서울시가 피해자들이 이곳저곳 헤매지 않고 긴급 상담부터 고소장 작성, 소송지원, 영상물 삭제, 심리 치료 등을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도록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를 개소했다고 29일 밝혔다. 제2, 제3의 '텔레그램 n번방 사건(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막기 위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통합 지원하는 기관을 만든 것이다.

그동안 시는 민간단체를 통해 '찾아가는 지지동반자' 서비스를 통해 피해자를 지원해왔으나 피해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영상물 삭제를 위해 센터 개관에 나서게 됐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피해자들이 삭제 지원을 요청한 16만건 중 62%에 해당하는 약 10만건이 서울시 거주자임을 감안할 때 영상물 삭제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안심지원센터에서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개발·운영 중인 '불법촬영물 추적시스템'을 공동 활용해 피해 영상물을 신속하게 삭제한다. 기존에는 전담 인력이 피해 영상물을 직접 검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보다 빠르게 삭제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는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AI(인공지능) 딥러닝을 활용해 피해 영상물을 삭제하는 기술도 개발할 예정이다. 해당 기술이 개발되면 경찰청 시스템과 병행 사용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목표다.

피해자 지원도 강화한다. 시는 24시간 신고·긴급상담이 가능하도록 직통번호인 '815-0382(영상빨리)'를 개설했다. 직통번호는 주간에 운영되고 야간·휴일에는 여성긴급전화 1366과 연계된다.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카카오톡(지지동반자0382)'을 통한 긴급 상담창구도 운영한다.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 홈페이지에서도 긴급 신고상담 창구를 개설한다.

'디지털 성범죄 전담 법률지원단·심리치료단' 100인을 발족해 피해 법률소송(1건 165만원)과 심리치료(1회 10만원, 10회)를 무료로 지원할 예정이다. 피해자의 긴급 신변안전을 위해 주민등록번호 변경, 개명 신청 등도 지원한다. 생계비 지원 등 복지서비스도 연계할 방침이다.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과 아동.청소년 온라인 그루밍 예방 프로그램 등도 센터에서 운영한다. 재발 방지를 위한 가해자 상담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센터는 동작구 서울여성가족재단에 자리잡았다. 상담팀, 삭제팀, 예방팀 등 3개팀으로 구성됐으며 총 13명의 전문 인력이 상주할 예정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최관호 서울경찰청장, 시민, 디지털 성범죄 관련 전문가, 유관기관 단체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센터 현판식을 갖고 시설을 둘러봤다. 피해자 대리인과 전문가 등이 함께하는 간담회도 가졌다.

오 시장은 "n번방 사건이 알려진 지 2년이 흘렀지만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며 "어릴 때부터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아동·청소년들이 범죄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있고, 피해를 입고 난 후에도 적절한 대응방안을 몰라 더욱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는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를 통해 예방에서부터 삭제지원, 심리치료 등 사후지원까지 피해자에 대한 통합적인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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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